이 화 정 청주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늙은 사람은 고집불통의 사람이 아니라 경험이 풍부하여 지혜가 많고 평지풍파 겪은 경험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뜻밖의 교과서라는데 한 표 던집니다.

용 쓰는 재주가 있다 한들 그들의 노련한 여유와 전략에는 당해 낼 재간이 없으니 안타깝지만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안 들립니까?

나 보다 한 달이라도 어린 젊은이여!

너희가 내 나이 되어 보았더냐, 나는 젊은 그대들의 청춘을 겪어봤단 말이다.

오른손 번쩍 들어 가슴팍 퍽 퍽 쳐대며 내 인생은 나의 것 이라고 하면서도 왼손을 벌쭘하게 내밀며 용돈을 요구해도 내 두 손은 그 손에 들려주는 돈이 너무 적은 게 아닌가하여 가슴 옹알이 하는 젊은이들의 선배랍니다.

너희의 젊음은 내 늙음의 자식이란다.

늙고 초라한 이 할머니와 힘없고 기력 없는 저 할아버지도 그대들처럼 푸릇푸릇한 연애를 하고 노릇노릇한 세월을 겪은 당신들의 미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것입니다.

옛날 옛날 아주 가까운 어느 옛날에는 꽃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젊었을 노인들을 보이는 대로만 말하지 말자는데 소중한 내 한 표를 던집니다.

보이는 현재가 그들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면 그 사람을 쉽게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단지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겪어내고 감내했던 시간들이 무의미하게 치부해도 될 만큼 가볍겠습니까.

조용하지만 치열하게 살아 온 노인들의 침묵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더욱 존경스럽게 기억해야하는 가을입니다.

그뿐이겠습니까. 강아지는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눈으로 말하고 있을 뿐이다에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를 기다립니다.

음식 찌꺼기를 식사로 대용하시는 똥개는 더러운 짐승이 아니라 주인의 지저분하고 야만스런 만찬의 찌꺼기를 없애버려 주인의 체면을 살려주고 있는 동물의 가면을 쓴 사람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퍼 입 다물듯이 말하고 있지 않다하여 착하디 착한 사람이 아니라 침묵으로 무시하고 관망으로 칼을 갈고 있다는 오싹한 사실에도 귀중한 한 표가 필요합니다.

눈 속에는 이글거리는 야망과 배신의 기회가 넘실대고 얄팍한 출세의 욕망으로 이리저리 재고 있는데 어찌 그런 사람의 침묵을 그다지도 침착하게 무시하려 합니까

또한 모든 것을 약속하는 사람에게 던질 여러분의 한 표를 부디 포기하는 것은 현명함이 아니라 지당한 상식이라는 사실에도 귀중한 한 표를 던져주십시오.

잘난 척 오만가지 우월감과 수만 가지의 숨은 그림자가 상존하는 사람은 가면으로 오장육부를 도려내고 달고나 같은 말의 향연으로 우리의 뇌를 마비시키는 요망한 짐승이기 때문입니다.

어이없고 개념 없고 생각 없는 돌아줌마의 하품 꺽이는 소리라고 무시하지 말고 어여쁘게 말꼬리를 놓아두시는 박애정신을 기대합니다.

노인은 행복입니다.

모든 이들이 고령화 사회를 사회문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 출산과 맞물려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며 온 나라가 노인문제 운운하며 사회문제화 시키고 있는 모든 이유들에 대해 전적으로 부정 할 생각은 아닙니다.

다만 노인을 노인답게 만들려는 사회분위기와 사회문제로만 보고 해결하려는 관점을 거부합니다. 고령화 사회는 극복해야 하는 사회환경이며 나이만으로 직장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문화에서 소외시키는 이 사회가 문제라고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젊은이들아! 늙어보면 알겁니다. 얼마나 행복한지 말입니다. 노인들이 이렇게 말하는 어느 미래를 생각하며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진실에 여러분의 거침없는 한 표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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