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저축은행들 중 상당수가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경기의 장기침체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부실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92개 저축은행은 2011 회계연도(20117~20126)1162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적자 규모가 1년 만에 3배로 커진 것이다.

11곳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외부에서 돈을 구하지 못하면 도산 위험에 빠질 우려가 크다. 2년 연속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곳도 27곳에 달했다.

이런 부실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됐음은 물론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마이너스로 추락했거나 당국의 감독기준인 5%에 못 미친 곳이 13곳이나 됐다.

또한 22곳은 BIS 비율 5%를 간신히 넘겨 언제 부실화될지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 올해도 저축은행업계를 둘러싼 영업환경은 밝지 않다.

당장 부동산 경기나 내수가 살아나기를 기대하기 어려워 저축은행의 영업 위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부실 저축은행들의 연쇄 퇴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본잠식 상태나 BIS 비율을 보면 영업이 정지될 저축은행의 숫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들이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상반기 부산, 삼화 등 9개 저축은행을 퇴출시키고 하반기에는 제일, 토마토 등 7곳의 영업을 중단시켰다. 이어 올해 5월에는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저축은행 등 4곳을 추가로 퇴출시켰다.

당국은 그러면서 일련의 저축은행 구조조정 작업이 사실상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건전성 감독과 경쟁력 강화 대책을 추진하고 상시적인 구조조정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도 했다. 저축은행 고객을 안심시키고 시장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당국이 대규모 구조조정 후 안전하다고 이야기 한 저축은행이 차후 퇴출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충격은 더 커질 것이다. 감독당국이 불씨를 남긴 채 구조조정을 일단락했다는 비난도 뒤따를 것이다.

당국은 지난번 구조조정에서 일부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는 바람에 고객 피해를 키운 바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래저축은행이다.

이 저축은행은 당시 총자산 2조여원, 자기자본 -1718억원, BIS 비율 -10.17%로 사실상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엉터리 경영개선계획으로 적기시정조치를 유예 받았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은 결국 수천억원대의 불법대출과 회사 돈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구조조정 됐거나 진행 중인 15개 저축은행의 불법부실 대출 총액은 18000억원에 이른다. 서민들의 피같은 돈이다.

땜질식구조조정은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고객의 억울한 피해를 늘린다. 감독당국이 책임론을 우려해 부실 저축은행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가져서는 안된다. 이번 2011회계연도 경영지표를 토대로 퇴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면 단호히 처리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