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 vs ‘서칭 포 슈가맨’

 놓치면 아까운 영화가 오는 11일 잇따라 개봉한다. 장동건이 처음으로 베드신을 찍어 화제가 된 긴장감 있는 멜로 위험한 관계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국내에서 처음 상영된 서칭 포 슈가맨이 특히 관심을 모운다. 두 영화를 미리 만나보자. <편집자>
 
긴장감 있는 멜로 위험한 관계

사랑을 담보로 한 게임은 그냥 게임으로 끝날 수 있을까
.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는 건 시작하기는 쉬워도 매듭짓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위험한 게임이다.
이런 사랑 게임을 그린 18세기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는 동서양을 넘나들며 이미 다섯 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배용준이 남자 주인공을 맡은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2003)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번에 나온 여섯 번째
위험한 관계역시 기존의 이야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색다른 맛을 내는 건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 덕분이다.
특히 이 영화는 한국과 중국의 대표 미남·미녀 배우들의 만남으로 일찍부터 관심을 모았는데 완성된 영화에서 장동건과 장쯔이, 장바이쯔(張柏芝)의 조합은 역시 상당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상하이 최고급 호텔을 소유한 갑부이자 외모까지 출중한
셰이판’(장동건 분)은 모든 것을 가진 남자들이 흔히 그렇듯 소문난 바람둥이다.
여자를 하룻밤 데리고 놀다 차버리는 것에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어떤 여자든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아직 정복하지 못한 여자가 있다
. 상하이 최고의 신여성인 모지에위’(장바이쯔). 빼어난 미모에 수완까지 갖춰 돈도 많은 여자다. 가진 것이 많은 그녀 역시 남자들을 쉽게 갈아치우고 셰이판의 구애에도 좀처럼 넘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자
뚜펀위’(장쯔이)가 셰이판 앞에 나타난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과부가 된 뒤 자선사업에만 전념해온 그녀는 조신하고 정숙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조금도 틈을 주지 않은 그녀의 차가움이 셰이판의 정복욕에 불을 댕긴다
.
뚜펀위를 유혹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셰이판과 어려울 거라고 냉소하는 모지에위는 내기를 벌인다.
한 남자와 두 여자가 벌이는 밀고 당기기의 게임이 이 영화의 동력이다.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고 쓰는 수법이야 어차피 빤한 것이지만, 마음을 훔치려는 쪽과 뺏기지 않으려는 쪽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그 치열한 합을 이뤄낸 두 배우 장동건과 장쯔이의 연기가 볼만하다.

기적 같은 노래 서칭 포 슈가맨

하나의 음악
, 하나의 노래는 어떤 길을 따라 우리 귀에까지 들어오게 되는 걸까.
인간의 원초적인 예술인 음악이 대기업의 상품 생산·유통 과정과 똑같이 만들어져 판매되는 이 시대에 음악이 본연의 힘으로 사람들에게 전돼 살아남은 기적 같은 이야기가 있다.

슈가맨(Sugar Man)’이란 노래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역만리 땅에 사는 수백만의 사람들을 사로잡은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 실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은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음악 모두가 마법 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 지난 8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국내 처음 상영돼 크게 호평받은 작품이다.

한때 자동차산업으로 부흥했으나 이제는 쇠락해가는 미국의 도시 디트로이트
. 이 음울하고 안개에 젖은 도시 변두리에 이름도 우울한 선술집 하수관(the sewer)’이 있다. 그리고 그곳의 어두운 한 귀퉁이에서 한 남자가 등을 돌린 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우연히 그 집을 찾은 음반 프로듀서는
로드리게즈란 이름의 이 남자가 밥 딜런을 뛰어넘는 재능을 가진 것을 알아보고 크게 성공할 거라고 확신한다.

그런 확신으로 만든
콜드 팩트(Cold fact)’란 이름의 첫 앨범은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별 반응을 얻지 못한다. 두 번째 앨범 역시 마찬가지.

당시 앨범을 내준 모타운 레코드의 사장은 로드리게즈가 자신이 아는 가장 훌륭한 뮤지션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이지만 앨범은 고작 여섯 장이나 팔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 그렇게 로드리게즈란 이름과 그의 앨범 두 장은 미국에서 사라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기적이 일어난다
.
그의 음악이 남아공에 상륙한 기원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한 미국인이 갖고 들어온 음반을 친구들이 듣게 되면서 복제에 복제를 거쳐 널리 퍼져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슈가맨로드리게즈의 정체를 찾아가는 여정에 점점 빨려드는데 후반부에 이르러 그의 삶의 놀라운 진실과 마주하는 반전’‘에는 살짝 전율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에 감동적인 음악까지 더해져 다큐멘터리인데도 극영화와 같은 재미를 느끼게 한다
.
음악팬과 영화팬들에겐 놓치기 아까운 영화다.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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