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호 논설위원·청주대 명예교수

지구가 창조되었고 그 곳에 인간이 거주하게 되면서 역사는 시작되었다. 그 역사는 인간들이 어떤 생각이나 정신 및 생활양식 등을 가지고 살았는가에 따라 OO시대정신이라고 명명되고 그 뒤의 정신과 구분하여 평가 및 기록된다. 시대정신은 일정기간동안 인류의 생각과 정신 및 생활양식 등이 농축되어있는 인류의 사상 및 이념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백과사전에 시대정신이란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에 공통되는 인간의 정신적 태도나 양식 또는 이념 등을 뜻한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시대정신이라는 용어는 1769년 독일의 헬더가 역사의 과정과 결부시켜 맨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괴테는 파우스트라는 책에서, 헤겔은 민족정신과 접목시켜 이 말을 사용하였다. 한 시대의 지배적인 생각이나 정신 또는 지향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시대정신은 국가와 사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국가나 사회가 처한 환경이나 이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나 사회는 시대정신을 내세워 국정지표를 설정하고 그 지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결정이나 집행에 몰두하게 되며 국민들이나 사회구성원들은 공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시대정신을 인정, 그 정신과 동행하는 행보를 취하게 마련이다. 그만큼 시대정신은 중요하다.

한국은 오는 12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나 후보들이 중심이 되어 시대정신을 정립하고 그 구현을 위한 청사진을 내 놓고 있다. 이들은 시대정신으로 민주와 분권, 평화와 안정, 복지와 형평, 공공성과 정의, 관용과 통합 등을 들고 있다. 독재와 집권, 대립과 대결, 부의 편재와 양극화, 권력의 사유화와 독점화, 지역 및 정당이기주의와 분열 등의 악순환에서 탈피하여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본(민주)과 지방이 중앙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 지역스스로의 권한과 책임 하에 지역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지역자결주의(분권), 남북간에 화해와 협력 체제 구축(평화), 국민 모두가 기본적인 생활을 향유할 수 있고(복지), 합리적인 배분으로 균형적인 삶이 확보되며(형평), 사익보다는 공익이 우선되고(공공성), 옳고 그름이 명확하게 가려지는 공명정대한 사회(정의), 존중과 배려의 문화 속에 지역간, 계층간, 정당간, 정파간의 반목과 배타가 타파되고(관용), 하나 된 마음으로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통합)하게 하여야 한다는 소신에서 산출된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다. 하나같이 이 시대에 필요한 정신이라 볼 수 있다.

필자는 이 중에서도 공공성과 정의, 통합 등이 특히 필요하다고 본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 삶을 영위한다. 사회에는 전 구성원이 따라야 할 공통덕목인 공공성 확보라는 임무가 부여되어 있다. 이는 사회의 존재가치에 해당한다. 사회구성원들은 법, 도덕, 규범 등을 통하여 공개적 또는 묵시적으로 이에 합의하였다. 그렇기에 사회구성원들은 대승적이고 적극적인 마음으로 공공성 확보라는 임무에 순응하여야 하고 사회구성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은 정부 및 공공기관은 그 구현에 진력하여야 한다. ·탈법자들이나 특혜층, 유권무죄 및 유전무죄의 악습 등이 있게 해서는 아니 된다. 다음으로는 정의가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출렁이게 하여야 한다. 시비(是非)를 가려 시()가 반듯하게 세워지는 사회야말로 생명력이 충만한 사회인 것이다. 정의가 결여되거나 잠자고 있는 사회에는 행복이라는 아지랑이가 피어날 수 없다. 정의가 죽으면 사회 또한 죽은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통합의 새 지평을 창조하여야 한다. 통합은 열린 마음과 자리타리(自利他利)의 행동을 출발점으로 한다. 겉마음이 아닌 속마음으로 어떤 길이 인간으로서의 정도(正道)인가를 헤아려 그 길을 취하려고 노력할 때 성취될 수 있는 마음의 풍경화이고 양식과 인격의 산물인 것이다. 공익 구현 및 이해와 사랑의 합심물인 것이다. 권력욕과 입지강화를 위한 과도한 이기주의를 배척하고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정당 및 정파간의 분열과 대립의 골을 메울 수 있는 이념이고 시·공을 초월하여 추구하여야 할 시대정신인 것이다.

분열과 갈등의 늪에서 벗어나 화합의 메아리가 울려 퍼질 수 있는 통합의 세상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빈다. 열린 마음으로 상애(相愛)하는 국민공동체가 형성되기를 빈다. 그렇게 되게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후보들부터 앞장서야 한다. 태산 같은 실천의지를 가지고 공공성 및 정의를 초석으로 한 통합의 기수가 되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