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쇄신파 중심의 재선급 의원들이 8일 지도부 퇴진 등 전면적 인적쇄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단체행동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인적쇄신 파동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대선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최경환 의원의 사퇴로 인적쇄신 파동을 수습하려던 박 후보와 당 지도부의 계획에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향후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이 같은 전면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박 후보가 "선거를 포기하자는 얘기나 같다"며 단호하게 거부하면서 당이 대선을 목전에 두고 극심한 내분양상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다수 의원들은 "비서실장의 교체만으로 위기상황을 모면하려는 박 후보의 안이한 인식이 드러났다. 이래서는 대선 승리는 요원하다"며 "위기의 책임을 물어 박 후보 주변을 둘러싼 주요 얼굴들을 모두 바꿔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적지 않은 의원들은 황우여 대표를 비롯해 이한구 원내대표, 선대본부장인 서병수 사무총장은 물론 박 후보를 오래 보좌해온 측근 등 사태악화의 책임이 있는 인사들 모두가 인적쇄신의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쇄신파인 재선의 김성태 의원은 당 지도부의 퇴진 거부에 대해 "박 후보나 당 지도부가 아직 위기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퇴한 최경환 의원은 박 후보의 대선승리를 위해 기꺼이 희생양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 양심적인데 나머지 지도부는 기본 양심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재선급 이상 의원들이 모이려고 한다"면서 "국정감사 때문에 여의치 않은데 오후나 저녁에 모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날 대전 카이스트에서 과학인들과 간담회를 가진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선거가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지금 여기서 모든 것을 다 뒤엎어 새로 시작하자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선거를 포기하자는 얘기나 같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후보는 카이스트 방문에 앞서 충북지역 언론사 보도ㆍ편집국장단 오찬간담회에서도 "선거가 내일모레인데 막바지에 모든 것을 교체하자며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박 후보측 일부에서는 상황 타개를 위해 황 대표와 이 원내대표를 선대위에 합류시키지 않고 이들의 역할을 대표와 원내대표 직책에만 국한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황 대표는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이 원내대표는 선대위 의장단에 합류하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선대위 핵심 인사는 "선거를 걱정하는 실무 차원에서 `황우여-이한구 선대위 배제론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면서 "파국을 피하자는 아이디어 차원으로 보이지만 공식적으로 거론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면서 전적으로 박 후보의 결단에 달린 문제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선대위의 양대 축으로 나흘째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의 거취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경우 박 후보가 최근 경제민주화 실현 의지를 거듭 강조한 데 이어 자신과 대척점에 있던 이한구 원내대표가 한 발짝 물러나 `경제민주화 100% 실천 방침을 밝힘에 따라 조만간 복귀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정치쇄신특위 차원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다 안 위원장이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최후통첩까지 해 박 후보의 결단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안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쇄신특위는 지난 토요일 긴급 위원회를 열어 만일 새로 영입한 분(한광옥)이 어떤 중요한 직책으로 임명된다면 저와 위원 상당수가 사퇴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회견의 말씀을 보고 제가 안 위원장과 대화를 한번 해 보겠다. 그리고 나서 말씀드리겠다"며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박 후보는 김종인-이한구 경제민주화 갈등에 대해선 "두 분이 잘 판단하시리라고 본다"면서 "김 위원장도 많이 도와주려고 들어오신 것이며, 잘 판단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