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1 총선 당선자들의 박사논문표절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가운데 논문 표절을 밥 먹듯 하는 양심불량 교수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표절을 마치 관행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국내 대학의 분위기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이상민(대전 유성)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83명의 교수가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24명은 해임·파면, 5명은 재임용 취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나머지 54명은 서면 경고나 견책, 정직 등의 경징계를 받는데 그쳤다. 논문 표절로 중부대의 경우 논문 2명이 해임됐으며, 대전대에서는 석사학위 취득 시 승진 유보(2년), 목원대에서는 승진 임용 심사 시 경고 조치가 취해졌다.

한밭대에서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계획서를 표절, 참여제한 1년의 징계가 이뤄졌으며, 지역 거점대학인 충남대에서도 논문표절이 확인됐으나 이미 퇴직한 상태였다.

이처럼 대학교수들의 논문표절이 만연되고 있으나 각 대학의 조치가 천차만별인데다, 일부 대학의 경우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성화대에서는 교수 18명이 다른 사람의 논문 21건을 표절한 사실이 적발돼 해당 교수들이 모두 파면 또는 해임됐지만, 내부 소청심사를 통해 전원 복직돼 강의까지 맡았다. 성균관대 모 교수는 2009년 정부 지원을 받은 연구에서 논문표절 13건, 데이터 중복사용 2건, 중복게재 4건 등 수십건의 연구 부정을 저질러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3년 간 국가 연구개발사업 참여에 제한을 받는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학교 차원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고, 이 교수는 지금도 버젓이 연구실을 운영하며 강의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 모 교수도 다른 사람의 논문을 그대로 베껴 자기 결과물로 제출해 놓고도 경고 조치만 받았다. 부산대 모 교수도 자기 논문을 중복 게재하고 다른 사람의 논문을 표절했는데도 정직 1개월로 유야무야됐다.

상당수 대학들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가벼운 징계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연구윤리의 1차 감독기관이 소속 대학들이 제대로 된 징계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절 여부와 징계 수위를 한 솥밥 먹는 동료 교수들이 정하다 보니 대학마다 징계 수위도 천차만별이고 조용히 내부 경고만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표절 문제를 바라보는 대학사회의 불감증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연구자가 각고의 노력 끝에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연구자의 논문이나 저서를 베낀다는 것은 지식 도둑질이며 범죄행위와 다름없다. 대학들도 문제가 불거지면 이를 덮기에만 급급했다.

이런 도덕적 무감각이 결국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실현하려 하거나 그러한 활동을 통해 정계 또는 관계에서 고위직을 얻으려는 교수를 양산하는 등 대학사회의 연구 풍토를 어지럽혀 왔다.

따라서 논문표절이나 중복 게재에 관한 명확한 지침과 그에 따른 공통된 징계 기준이 마련돼야 하는 것은 물론 학계 스스로의 도덕적·윤리적 자정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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