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 염두에 둔 기싸움 해석

 

 

 

 

범야권 대선 후보군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정당 후보론을 놓고 뜨거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안 후보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정치개혁을 기치로 내건 이후 연일 기성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문 후보는 정당 후보론을 전면에 내세워 반박에 나서면서 기싸움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경쟁적 협력관계로 분류되던 두 후보가 야권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지지세를 확산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을 향한 포문은 안 후보가 먼저 열었다.

그는 지난 7일 회견에서 "정치인은 모든 이권과 단절하고 조직화된 소수보다 힘없는 다수의 편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민주당 역시 개혁대상인 기성정치권으로 분류한 셈이다.

그는 8일 대구대 강연에서도 "정당개혁 방안이 많은데 그 중 하나라도 실천하면 국민이 먼저 진심을 알지 않을까"라며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정당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안 후보 공격을 자제했던 민주당과 문 후보는 직설적 표현으로 `정당 후보론을 주창하며 안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정치개혁 역시 국회의 입법을 통해 해결할 부분이기 때문에 무소속인 안 후보의 정책 실현가능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해찬 대표는 9일 KBS 라디오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한 나라도 없다"며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후보도 8일 원외 지역위원장 간담회에서 "정당 밖에서 정치를 바꿔야겠다고 말하기는 쉽고, 저도 정치참여 전에는 늘 그래 왔다"며 "정당혁신과 새로운 정치는 결국 정당 위에서만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측 정연순 캠프 대변인은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왜 안 후보가 출마했는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이 정당을 불신하고 정당의 쇄신을 요구하는 시점에서 개혁은 정당 안과 밖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국민은 민주당의 쇄신을 보고 싶어 한다"고 반박했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안 후보가 당 안에 들어간다고 국민의 마음이 들어온다는 생각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기존정당이 국민의 마음을 담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안 후보는 물론 국민은 정당정치를 신뢰하지만 지금 정당이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며 "정당이 있으니까 문 후보가 우세하다는 주장은 국민의 민심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동문서답"이라고 일축했다.

안 후보도 9일 세계지식포럼 기조연설 마치고나서 "이해찬 대표가 무소속 대통령은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할 수 있습니다"라고 짧은 대답으로 의지를 밝혔다..

양측 간 기싸움은 지지층 결집과 공고화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본격적인 화두가 될 후보단일화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목적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후보의 기성정치권 비판은 주요 지지기반인 중도층과 무당파층을 확실히 붙들어둔 뒤 기성정당, 특히 안 후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민주당 지지층까지 끌어안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문 후보는 정당후보론을 제기함으로써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최대화함으로써 안 후보로의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문 후보는 민주당 지지층 전체에서 안 후보를 앞서거나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유독 호남에서 안 후보에게 밀리고 있고 있어 호남 민심을 끌어안는 것이 절박한 과제다.

미디어리서치 조사를 보면 안 후보와 문 후보의 호남 지역 지지율은 9월21~22일 조사 때 각각 53.9%, 35.8%에서 추석 직후인 10월1일 47.3%, 42.9%로 좁혀졌지만 지난 5~6일 조사 때는 51.3%, 34.9%로 크게 벌어졌다.

문 후보는 지난달 광주ㆍ전남에 이어 10일에는 전북을 방문해 핵심당원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호남민심 공들이기에 나설 예정이다.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호남은) 여론조사 때마다 수치가 달라질 뿐이지, 큰 변화를 바라는 민심의 흐름은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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