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의도 판단 따라 형사처벌 범위 달라질 듯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할 이광범 특검팀이 15일 정식 출범했다.

16일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할 특검팀의 핵심 수사 대상은 크게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된 배임 의혹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 두 가지다.

●배임의 고의성 인정될까 = 먼저 배임 논란의 핵심은 대통령 경호처가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와 내곡동 부지를 매입하면서 경호동 부지 값을 비싸게 계산해 시형씨에게 6억~8억원의 이익을 안기고 그만큼 국가에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다.

청와대는 지난해 5월 이 대통령 퇴임 후 사저와 경호동으로 쓰려고 서울 내곡동 땅 2600여㎡(약 788평)를 54억원에 매입했다. 부지 매입 과정은 김인종 전 경호처장과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청와대의 경호부지 매입을 담당했던 경호처 직원 김태환씨가 주도했다.

이 중 사저 부지 463㎡(약 140평)는 시형씨가 11억2000만원에, 경호동 부지 2143㎡(약 648평)는 경호처가 42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감정가만 놓고 보면 그린벨트가 포함된 경호동 부지가 택지인 사저 부지보다 낮았다. 감정가대로 산다면 시형씨는 20억원을 부담해야 했다.

결국 8억여원 상당을 경호처가 대신 부담하면서 국가에 손해를 끼치고 해당액만큼 시형씨에게 이득을 안겨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청와대는 경호동이 들어설 땅에 그린벨트가 포함돼 있어 공시지가가 낮았기 때문에 향후 지가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매입 가격을 높이 쳤다고 해명했다.

검찰도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8개월간 수사를 벌여 시형씨가 감정가보다 6억~8억원 정도 적게 부담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긴 했다.

검찰은 그러나 지가 상승 가능성을 참작해 분담 비율을 결정했다고 판단함에 따라 경호처가 국가에 손해를 끼치려 한 범죄 의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리했다.

시형씨가 얻은 이익만큼 경호처가 부담했지만 고의성이 없어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 대목에서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이 최근 "형식적으로는 배임으로 볼 소지가 있다"며 대통령 일가에 대한 부담을 언급하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특검팀은 우선 김태환씨 등을 소환해 사저 부지 매입가를 시세보다 낮추고 경호동 부지 매입가를 시세보다 높인 기준과 경위를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윗선인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 당시 청와대 라인에 대해서도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시형씨에 대해 단 한 차례 서면조사만 했던 검찰과 달리 본인을 직접 불러 조사할 가능성도 크다.

만일 김씨가 배임죄로 기소된다면 배임에 따른 이익의 귀속자도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부동산실명제 위반 여부 쟁점 = 시형씨의 이름으로 사저 부지를 매입해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쟁점이다.

 

시형씨는 당시 농협 청와대 지점에서 서울 논현동에 있는 모친 김윤옥 여사의 토지를 담보로 12억원 중 6억원을 대출받고, 나머지 6억원은 큰아버지 이상은씨로부터 차용증을 쓰고 빌렸다고 한다.

당시 검찰은 시형씨가 자기 이름으로 돈을 빌리고 세금과 이자를 냈기 때문에 시형씨가 땅을 산 게 맞다고 봐서 처벌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쟁점은 매입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 이 대통령이 관여했느냐 여부다.

김인종 전 처장은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해서 오케이하니까 산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부지 매입을 사실상 결정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시형씨가 이상은씨한테서 돈을 빌린 과정도 어떻게 이뤄졌는지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특검팀은 최장 45일간 이런 의혹들을 집중 파헤치게 된다.

이 특검은 이날 개청 행사에서 "그 어떤 금기나 성역도 있을 수 없다"며 수사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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