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담배사들 내부문건 분석..KT&G 법정 주장과 차이

라이트·순한맛, 일반 담배와 니코틴·타르 차이 거의 없어

 

지금까지 KT&G가 담배 관련 소송 과정에서 밝힌 것과 달리 한국산 담배 속에 암모니아 성분의 첨가물이 들어있다는 의혹이 분석 결과와 함께 제기됐다.

또 '라이트', '순한 맛' 등 저(低) 니코틴·타르를 강조하는 제품도 실제로는 일반 담배와 성분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과 KT&G가 집단 소송에 직면하자 다국적 담배사들에 공문을 보내 도움을 요청한 사실 등을 뒷받침하는 자료도 제시됐다.

보건사회연구원은 1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 '담배소송과 다국적 담배회사 내부문건 속 국산담배 성분분석'을 공개했다. 이 논문은 이성규 캘리포니아대 담배 연구·교육센터 박사후 연구원, 김재형 캘리포니아대 의료사회학 박사과정생, 한국금연운동협의회를 창립한 김일순 연대의대 명예교수가 함께 썼다.

●B&W 한국담배 분석 결과 암모니아 0.03~0.11% = 논문은 우선 미국 금연 연구기관들이 담배회사 내부문건을 수집·관리하는 '레거시 담배문서 도서관을 통해 입수한 미국 3대 담배사 B&W(브라운앤윌리엄스)의 '한국 기술 리뷰' 보고서에 주목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B&W는 시장분석을 목적으로 88라이트, 에세, 심플, 시나브로, 디스 등 한국산 담배에 대한 성분 검사를 진행했는데, 암모니아(Ammonia)가 시나브로 킹사이즈 박스, 디스 플러스 킹사이즈 박스를 제외한 모든 제품군에서 0.03~0.11% 검출됐다.

암모니아는 담뱃잎에 포함된 니코틴의 순도와 알칼리성을 높여 니코틴의 인체흡수율과 중독성을 키운다.

연구진은 KT&G측이 2011년 2심 판결이 선고된 집단 담배소송에서 "자사 제품에 니코틴 중독을 촉진하는 암모니아 같은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사실을 지적했다.

니코틴을 포함한 알카로이드(Akaloids;질소를 포함한 알칼리성 유기물)는 제품군에 상관없이 2.4~2.9% 들어 있었고, 질산염(0.8~1.1%)과 인산염(0.54~0.63%), 염화물(0.93~1.18%)도 주요 성분이었다. 이 밖에 여러 형태의 당(sugar)과 코코아 성분도 확인됐다.

설탕, 감초 등 당류와 코코아 역시 담배 흡입 횟수를 늘리고 기관지를 확장시켜 니코틴 흡수를 돕는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국산 담배의 연기에는 타르와 일산화탄소가 각각 6.6~9.2㎎, 4.9~9.2㎎ 정도 포함돼 있었다.

●'라이트'가 일반 담배보다 타르가 더 많기도 = 논문은 또 세계 담배업계 1위의 BAT(브리티쉬아메리칸타바코)가 1989년 당시 한국담배인삼공사 담배 제품들의 성분을 분석한 내부 문건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순한 담배'로 홍보된 88라이트와 일반 88담배의 타르량 차이는 담배 한 개피당 불과 1.6㎎ (라이트 9.5, 일반 11.1)에 불과했다. 심지어 역시 '라이트' 표현이 붙은 솔 골드 라이트와 일반 88을 비교하니 오히려 라이트쪽의 타르량이 개피당 0.8㎎ 더 많고, 니코틴의 경우 0.96㎎으로 같았다.

아울러 필립모리스(PM)의 1999년 내부문서에서는 당시 한국에서 첫 번째 담배 소송이 제기된 뒤 한국인삼연초연구소(2000년 담배인삼공사에 합병)측이 "큰 골칫거리(a big headache)"라는 표현과 함께 PM과 JT(일본담배산업)에 공문을 보내 한국담배인삼공사의 담배 소송 관련 도움을 요청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PM은 "내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사람을 찾겠다"고 화답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연구를 통해 제시했듯 KT&G 담배 제품에는 암모니아 등 유해성 첨가물이 포함돼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원은 단순히 회사 측 주장만 신뢰하기보다 객관적인 담배성분 검증절차를 거쳐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쟁관계인 담배회사들조차 소송문제에서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만큼 법원과 보건전문가들은 담배회사의 소송대응 전략과 활동을 잘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와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건강상 흡연 피해 관련 소송은 1999년 이후 모두 3건이나, 아직까지 한 차례도 원고가 이긴 적이 없다. 또 그동안 KT&G측은 재판 과정에서 '영업비밀'로 분류된 문건을 뺀 나머지 담배 연구 자료만 제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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