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청주여성영화제 19일 에듀피아서 개막
폭력속 무방비된 여성의 현실을 냉철히 분석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 영화에 담겼다. 세상 앞에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위로받고, 때로는 행복하기도 한 여성의 삶이 담긴 영화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마음까지도 따스하게 보듬는다.
14회 청주여성영화제가 19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에듀피아 상영관에서 열린다.
청주YWCA여성종합상담소가 주관하는 이번 영화제는 지난 19997, 여성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지역 여성들에게 여성의 눈으로 보고 여성의 마음으로 여성이 만드는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처음으로 개최됐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는 7월 첫째 주 여성주간을 기념해 열렸으며 2007년에는 12월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기념해 열렸다.
청주여성영화제는 매년 서울여성영화제에 출품됐던 작품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해 상영한다.
이번 영화제에 기존의 영화상영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식전 행사로 해금공연과 영화 간지들의 하루의 이숙경 감독과 만나는 시간도 마련된다.
청주여성영화제 주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핑크사리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킴 론지노토 감독의 다큐멘터리 핑크사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때때로 목숨을 건 투쟁이다. 특히 카스트 제도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인도의 최하층 여성들에게 삶과 죽음은 반대말이 아닌 이음동의어가 되기도 한다. 북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에 사는 불가촉천민여성의 목숨은 남성중심 문화에 저당잡힌 부채일 뿐이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팔려가듯결혼하고, 남편 가족들의 학대와 성폭력은 놀라울 것 없는 관례다.
혼전 임신은 곧 가족에 의한 명예살인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스스로가 불가촉천민이었던 삼팟은 이러한 폭력의 굴레를 거부하고 굴라비(분홍) 을 조직하여 공기처럼 존재하는 여성 학대의 전통에 맞선다.
쿵푸할머니
영화 쿵푸 할머니는 글로벌 미디어 안에서 익숙해진 재현 방식들로 아프리카의 빈민촌 풍경들과 인물들을 보여주는 것처럼 시작한다. 하지만 곧 원색의 도장 안에서 일군의 할머니들이 모여 왁자지껄 소리 내며 쿵푸를 연마하는 모습이 보여지면서 영화는 활기를 띠기 시작하고, 할머니들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곧 밝혀지는 할머니들의 무술 연마 이유는 충격적이지만, 영화는 감상주의나 저널리즘적인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는다. 다큐멘터리의 현실고발적 성격과 여성주의적 관점, 안정적인 연출력이 결합한 단편 다큐멘터리의 수작이다.
하신타:뜨개질
요양소의 적막한 방에서 한 노년의 여성이 뜨개질을 하고 있다. 멈춰진 듯한 요양소의 일상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확인하는 유일한 단서는 그녀의 뜨개질 완성본들이다. 영화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질감을 통해 나이 든 여성의 육체적 변화를 촉각적으로 재현해내며, 이 육체가 그녀를 거쳐온 시간의 흔적이라고 말한다. 이윽고 이 여성의 몸은 그녀 자신이 솔기솔기 엮어낼 마지막 작품의 재료로 화하게 된다.
청이
자상하지만 눈먼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초등학생 홍이는 아버지가 조금 부끄럽다. 학교에서 잘 섞이지 못하던 홍이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기고 모처럼 함께 어울려 놀던 오후, 아버지가 홍이를 찾는다. 홍이가 술래가 되어 아버지 앞에서 눈을 감아버리는 순간에 보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보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시각문화의 탐욕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 보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 아이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심청전의 참신한 재해석도 눈여겨볼 만하다.
간지들의 하루
승희, 은정, 송하는 중학교 때 집을 나와 혼자 힘으로 사는 독립소녀들이다. 오직 자신만을 믿고 살아가야 하는 이 소녀들은 1년이 지난 후 어떤 모습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 어떻게든 상황을 이겨내고 성공하겠다거나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다짐 같은 것도 하지 않는 이 연애지상주의, 외모지상주의 소녀들은 스무 살의 언덕을 어떻게 넘어갈까? 영화 간지들의 하루는 간지 나는 소녀들의 이도 저도 아닌 2을 담은 일상일기이다.
중학교 때 집을 나와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독립소녀들 승희, 은정, 송하.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집을 나와 살아가는 그녀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녀들은 성공에 대한 꿈도, 대단한 삶의 목표도 없이 때로는 불안하게, 가끔은 허황된 꿈을 꾸며, 또 때로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나름의 주장을 펴며 살아간다. 감독은 제 멋대로 사는 이 연애지상주의, 외모지상주의 소녀들의 일상을 감독의 내레이션이나 직접적 개입 없이 담담하게 찍어간다.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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