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로 생산ㆍ출하 감소 악순환

 

 

 

중소기업이 돈줄이 막히고 재고가 쌓여가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계속되며 재고 부담이 커지고 생산과 출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권은 건전성 강화를 위해 은행 문턱을 더욱 높일 전망이다.

21일 금융감독원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으로 중소기업의 매출이 줄면서 창고에는 재고가 쌓이고 생산과 출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재고지수 증가율(전년 동기대비)은 유럽 재정위기 전인 작년 7월 3.8%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상승, 작년 11월(10.6%) 10%를 넘은 이후 8개월째 두자릿수를 이어갔다. 올해 7~8월 한자릿수로 내려왔지만 아직 8.9%, 9.2%로 높다.

생산지수 증가율은 올해 8월 -4.9%로 2009년 10월(-7.5%) 이후 34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또 8월 출하 증가율은 -5.6%로 1월(-6.1%)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대기업의 8월 생산과 출하지수 증가율이 각각 2.2%, 0.7%로 최근 플러스 상태를 유지한 것과 비교된다.

중소기업이 직접 채권을 발행하거나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

올해 1~8월 중소기업의 직접조달 금액은 4852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8천963억원)보다 74.4% 급감했다. 같은 기간에 대기업의 직접 조달액이 46조원에서 40조원으로 12.5%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중소기업이 약 6배 컸다.

올해 1~9월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규모는 1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5조2000억원)보다 26.3% 줄었다. 이 기간 대기업이 21조원에서 28조원으로 32.3%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은행 대출 잔액은 대기업이 작년 말 115조원에서 올해 9월 말 143조원으로 24.6% 증가하는 동안 중소기업은 441조원에서 452조원으로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올해 기업 분류 기준이 달라져 작년 중소기업 중 일부가 올해 대기업으로 이동했다"며 "작년 기준에서의 중소기업 대출은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들이 장기침체에 대비해 건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우량한 대기업 대출을 선호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더욱 높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분간 저성장 속에 `불황형 흑자'와 소비 축소가 예상돼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은 그리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바젤Ⅲ가 도입되면 은행 문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중소기업연구원 김광희 정책본부장은 "수출에서 길이 안 보이니 내수 진작을 기대했는데 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쓸 텐데 이마저도 안되고 있다"며 "지금 뚜렷한 해결책이 없으며 세계 경기가 좋아져야 답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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