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헌 <청주성모병원 피부과 이정헌 과장>

 

 

강렬한 햇빛, 구릿빛 피부, 산, 바다, 장마와 같은 단어로 수식되던 계절, 여름은 어느덧 우리 곁에서 물러나고, 이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감마저 느껴지는 바람과 높은 하늘, 건조한 날씨로 대변되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는 일년 내내 변화무쌍한 치장으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각 계절마다의 온도와 습도, 일조량의 차이는 피부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살기 좋다는 가을도 예외가 될 수 없어 피부건강에 몇몇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름과 가을의 차이, 습도

지루한 장마와 태풍, 잦은 비로 인해 습도가 높았던 여름에 비하면, 가을은 강수량도 적고 바람도 잘 불어서 연중 가장 건조한 계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시기에는 피부과에도 매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게 된다. 환자들은 대부분 “피부에 특별하게 나는 것은 없는데, 온몸 여기저기가 가렵다”는 호소를 한다.

또 매년 이맘때 쯤, 즉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기만 하면 예전에도 이런 증상이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환자들의 피부를 관찰해보면 역시 특별한 피부병변 보다는 여기저기 긁어서 생긴 상처만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들의 대부분이 건조피부염을 앓고 있는 경우다.

물론 가을이 되면서 악화되는 피부질환이 건조피부염만은 아니며 이외에 아토피 피부염, 주부습진, 어린선, 건선 등도 가을에 악화되는 피부질환에 포함되지만 보통 30세 이상의 성인에서 전신적인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경우의 많은 예가 건조피부염 환자다.

●건조피부염

건조피부염은 가을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증가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주로 발생한다. 성인, 특히 노년층에서 호발하며, 전신적인 가려움증이 특징이며 특히 팔과 정강이에서 가장 심하다.

노년층은 피부표면의 지질이 감소하고, 기능에 이상이 생기며, 피부에 물을 붙잡아 두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특히 건조피부염에 잘 걸리게 된다. 피부는 건조하며 미세한 인설이 전신에 발생할 수 있으나, 보통 얼굴, 두피, 사타구니, 겨드랑이 등에는 발생하지 않는다.

정강이가 특히 심한 병변을 보여서 오래된 도자기의 작은 균열을 닮은 피부의 갈라짐을 잘 보여준다.

가장 흔한 원인은 가을과 겨울동안 자주 그리고 긴 시간동안 비누를 과도하게 사용하며 때를 밀면서 시행하는 목욕이다.

특히 피부재생력이 감소된 노년층에서 이런 방식의 목욕을 할 경우에 잘 발생하며, 겨울동안 과도하게 난방된 방의 낮은 습도가 건조피부염 발생에 도움을 주게 된다.

일단 건조피부염이 발생하면 빠른 시기에 피부과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으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긁거나 부적절한 자가 치료를 함으로써 피내 출혈이나 진물을 동반한 피부염 등 합병증을 동반하게 되고 심한 경우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

●예방

이러한 건조피부염은 평소에 좋은 생활습관을 가지게 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으며, 일단 가려움증이나 피부병변이 발생한 뒤라도 조기에 치료하면 쉽게 호전을 가져올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건조피부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 온도를 너무 높지 않게 유지하고 가습기와 같은 기구로 습도를 조절하며, 목욕은 미지근한 물로 5~10분 정도 짧은 시간 동안 샤워 위주로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고, 때를 미는 등의 심한 마찰이나 과도한 비누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목욕 후에는 정상적인 피부에는 피부보습제를 바르고, 피부병변이 있는 부위에는 피부과 전문의에게 처방받은 연고제를 발라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건조피부염은 조금만 신경 써서 생활 습관을 바꾼다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조금은 불편하고 귀찮겠지만 나쁜 습관을 버리고 환경조절에 힘쓴다면 가려움증 없이 쾌적한 가을을 만끽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