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기능 외면 수익 치중

통신회사인 KT가 회사 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부동산사업 전문 자회사에 2조원 규모를 출자, 부동산업체로 변질됐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KT는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부동산 수익화를 통한 회사 가치 제고를 위해 부동산 전문 법인인 kt에스테이트에 약 2조원 가량의 부동산을 현물 출자키로 했다.
kt에스테이트는 이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임대, 개발, 운영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kt에스테이트에 출자하는 현물은 주로 사옥이나 전화국 등으로 사용 중인 부동산이 될 것이라는 게 KT 측의 설명이다.
지난 2010년 설립된 kt에스테이트는 서울 강남에 있는 영동사옥을 비즈니스호텔로 리모델링하는 등 부동산 자산가치 증대 및 컨설팅 사업을 수행해 오고 있다.
이처럼 통신 회사인 KT가 수익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회사의 본질적 가치인 통신을 버리고 부동산업체로 전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KT가 부동산사업을 확대할 경우 중소 부동산업체들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시장 잠식이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KT가 민영화됐다고는 하지만 통신 분야의 공적 기능이 강하다는 점에서 수익성에만 함몰돼 부동산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회사 존립가치와도 배치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KT는 이번 이사회에서 의결한 부동산 사업 확대 명분과 달리 최근 2년 동안 부동산 매각한 뒤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해마다 190억원 규모의 임차료를 지불하는 등 부동산 매각을 통한 실질적인 수익 제고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최근 국감을 통해 “KT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2년간의 부동산 매각자료를 살펴보면, 총 30곳 6600억원 규모의 매각이 진행됐다”며 “특히 강동지사, 가좌지사, 노원지사 등 10곳은 ‘매각 후 임차’를 통해 매년 190억원 상당의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또 “KT는 지난 2010년 유동성 확보를 위해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강남사옥(매각가 290억원)과 동아타워(매각가 171억원)를 매각 처분하고, 서초역 ‘성봉동익빌딩’을 임대해 이전했다”며 “이 계약을 통해 월 임대료 6억3200만원과 건물소유주에게 빌려준 274억원, 임대보증금 210억원 등 2014년 11월 30일까지 총 858억 원의 자금이 묶이거나 낭비됐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부동산 운용 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KT가 회사 가치 제고와 수익성 제고를 내세워 부동산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명분 만들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사업 다각화보다는 오히려 통신사업분야의 서비스 향상과 품질 개선을 위한 투자와 지원을 통해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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