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백과가 무르 익은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각 지자체 마다 지역의 특산물을 내세운 잔치판을 벌이고 있다. 옛 선조들도 동명이라는 추수감사절 제를 올렸다. 일년 동안 무사하게 농사를 짓게해준 하늘에 감사 표시를 하고 흥겨운 놀이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요즘 축제들은 저마다 고장을 자랑하고 홍보하는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다는게 다르다. 풍년농사도 중요하지만 제 값을 받고 잘 팔아야 하는 농업경영이 대세이다 보니 관광까지 겸한 축제로 페러다임의 변화를 몰고왔다.

따라서 농촌지역의 축제는 대도시 관광객들을 얼마나 많이 불러 들여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느냐가 중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깨긋하고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생산한 청정 농산물 브랜드를 대도시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느냐가 주 목적이 돼야한다.

그리고 사람살기 좋은 농촌의 아름다운 정의 문화가 살아 있다는 지역 정서도 보여줘야 한다.

이는 그동안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밤낮없이 공장에서 일하던 70~80년대 주역들이 나이가 들면서 농촌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깍쟁이가 적고 공업화가 덜된 농촌의 순수성에 기대어 편안한 노후를 보내려는 사람들을 수용하려는 자치행정, 귀농 귀촌의 특성화 전략이다.

공기 좋고 물좋은 시골에서 유유자적 하거나 내가 먹을 농산물은 내가 직접 무 농약으로 손수 얻을수 있는 환경을 선호하는 시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대의 흐름을 먼저 깨 닫고 난제를 풀어가는 자치행정이 새로운 디지털 문화의 흐름이기도 하다. 뒤 늦게 타 자치단체가 해 놓은 모범 답안지만 베껴다 쓰면 낙후된 경제를 회생시킬수가 없다는 것을 재삼 강조하고자 한다.

보은대추축제의 장도 그렇다.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공직자들이 고생하는 흔적은 곳곳에서 나타나지만 옥에 티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농민들은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군이 설치한 천막에서 버젓이 수산물이나 공산품,또는 외지 농산물이 판매되고 있어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더욱이 귀농 귀촌 행정의 일번지를 자처하던 보은군이 귀농협의회 부스를 외딴 곳에 설치해 놓아 귀농인들의 소외감을 더 부추겼다는 비난도 면치 못할것으로 분석된다.

한술에 배가 부를수는 없다. 지난 2년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내년에는 더욱 알찬 축제를 준비해주길 기대한다.

특히 보은 대추축제장에서만 보고 즐길수 있는 독특한 아이템을 발굴해야 한다. 여느 축제장에서 나 있을 법한 테마는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 잡을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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