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호남ㆍ충청서 뜨고?…문-안, PK서 오르고

 

 

 

 

12.19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들의 `지역 쟁탈전'을 비롯한 대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역별 지지율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도권과 부산ㆍ경남(PK),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새누리당의 표심잡기가 집중될 호남권에서의 여론 향배가 주목된다.

이들 4개 권역에서의 표심 변화가 이번 초접전 대선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유력 대선후보 진영에서는 지역별 지지율을 토대로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정치공학적 분석과 함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지역 공약ㆍ일정 마련에 골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3각 구도'가 짜인 지난달 19일부터 대선 D-52일인 28일까지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박 후보는 호남과 충청에서, 문ㆍ안 후보는 PK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민심의 리트머스'로 불리는 수도권에서는 오차범위 내 진폭으로 지지율이 출렁이고 있다.

이번 지역별 판세는 리서치앤리서치(R&R)의 지난달 19∼21일과 이달 23∼25일 지역별 양자대결 결과, 한국갤럽의 지난달 17∼21일과 이달 22∼24일 지역별 양자대결 결과를 토대로 비교ㆍ분석한 것이다.

●'안갯속' 수도권 = 수도권에서의 지지율 변화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추이가 달리 나타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R&R 조사를 살펴보면 박·안 후보 양자대결에서의 서울지역 지지율은 박 후보의 경우 43.3%에서 42.5%로 소폭 하락한 반면, 안 후보는 44.8%에서 50.9%로 6.1%포인트 뛰었다.

박·문 후보의 서울지역 양자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43.1%에서 49.4%로 6.3%포인트라는 적지않은 상승폭을 보였고 문 후보는 43.1%에서 43.3%로 제자리걸음 했다.

하지만 갤럽이 실시한 서울지역 여론조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박ㆍ안 후보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38%에서 41%로 3%포인트 올랐고 안 후보는 53%에서 51%로 하향 조정됐다.

또한 박·문 후보의 대결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45%에서 40%로 5%포인트 떨어진 반면 문 후보의 지지율은 45%에서 51%로 6%포인트 올랐다.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시기·기법ㆍ샘플 등의 차이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수도권 표심 자체가 대선 정국을 뒤흔드는 다양한 중앙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지난 40일간 각 후보의 진용 구축 및 인재 영입이 숨 가쁘게 진행되는 동시에 박 후보를 둘러싼 과거사ㆍ역사인식 문제, 문 후보와 관련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 안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 등이 대선판을 강타했다.

●부산출신 문·안, PK 상승세 =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꼽혀온 PK에서 부산 출신인 문·안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상대적으로 박 후보의 지지율은 빠지는 모양새다.

R&R 여론조사 결과, 박ㆍ문 후보의 PK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57.6%에서 49.4%로 변동하며 50% 밑으로 떨어진 반면 문 후보는 30.6%에서 37.4%로 6.8%포인트 올랐다.

박·안 후보의 양자대결 결과도 마찬가지로, 박 후보는 54.3%에서 50.1%로 하락했고 안 후보는 36.3%에서 40.2%로 상승했다.

갤럽 조사에서도 박 후보는 각각의 양자대결에서 제자리걸음을 걸었지만, 문·안 후보는 소폭 상승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PK 표심 잡기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대선의 막이 오르면서 새누리당 내에서는 '야권의 PK 지지율을 40% 이하로 묶어야 한다'는 암묵적 저지선이 있어왔다.

하지만 그 저지선이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경남지사에 당선되는 등 야권의 `PK 공략'이 거센 상황에서 현 여권에 대한 `PK 소외론'이 표출된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부산일보의 지분을 가진 정수장학회 문제가 불거진 데다, 박 후보 진영이 해양수산부 부활, 영남권 신공항 건설 등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대선과 함께 경남지사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경남지사를 둘러싼 여야 간 날선 대결이 대선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충청서 '합당효과' 누리나 = 4.11 총선 기준으로 전체 유권자 중 충청권의 규모는 9.9%로,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작은 편이지만 혼전 양상의 이번 대선에서 여전히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

충청권에서는 박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R&R의 충청지역 양자대결 결과, 박ㆍ안 후보의 맞대결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47.6%에서 52.0%로 4.4%포인트 올랐고 안 후보의 지지율은 38.8%에서 38.1%로 0.7%포인트 내려갔다.

또한 갤럽의 박ㆍ문 후보 충청권 양자대결에서는 박 후보의 지지율은 51%에서 60%로 상향조정됐고 문 후보의 지지율은 40%에서 36%로 하향조정됐다.

지난 25일 새누리당과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선진통일당의 합당 선언이 있은 만큼 박 후보의 '충청권 외연 확대'는 당분간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충청권은 '박근혜 대 비(非)박근혜' 구도"라며 "선진당과의 합당은 박 후보에 대해 확신을 못한 선진당 지지층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시에 충청권 표심을 잡기 위한 여야 간 '세종시 공방'도 불꽃이 튈 전망이다.

민주당이 세종시의 첫발을 내디뎠다면 박 후보는 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막아냈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숟가락 올리고 자신이 세종시를 지킨 것처럼 말한다"고 포문을 열자, 박 후보는 "세종시를 지키기 위해 정치생명을 걸고 맞섰다. 야당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반박하는 등 긴장감이 조성된 상태다.

●'호남 변수' 주목…박 상승곡선 = 호남 표심이 12.19 대선의 관전포인트로 급부상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불모지이자, 민주당의 표밭으로 불렸던 호남에서 박 후보가 '지지율 20%대'에 접어든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광주와 전남ㆍ북에서 8.6∼9.2%를 득표하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야권 후보들의 영남 공략에 맞서 박 후보의 호남 표심잡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R&R의 호남지역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박·안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10.1%에서 22.8%로 무려 12.7%포인트 뛰었지만 안 후보의 지지율은 79.5%에서 68.4%로 떨어졌다.

문 후보와의 맞대결 결과도 비슷한 추세를 보여 박 후보는 11.3%에서 20.7%로 상승한 반면 문 후보는 78.7%에서 61.9%로 하락했다.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박 후보는 문·안 후보와의 각각 양자대결에서 10%대에 머물던 지지율을 20%대로 끌어올렸다.

이는 김대중 정부 시절 활약한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으로 발탁하고 호남지역 인사들을 영입하는 등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 및 '호남 구애'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호남 일각의 '반노'(반노무현) 정서, 야권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채 갈등을 되풀이하는 문ㆍ안 후보에 대한 반발 등으로 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는 게 호남 정가의 분석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내부적으로 PK에서 잃는 표 이상을 호남에서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솔솔 나오고 있다.

실제 박 후보가 PK에서 5%포인트가량 득표율이 떨어질 경우 약 27만표를 잃지만, 그 대신 호남에서 지지율을 10%포인트가량 끌어올리면 약 40만표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의 지지율은 야권후보 단일화 이전의 현상"이라며 "문ㆍ안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호남내 정권교체론이 확산되면서 야권 단일후보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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