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없는 `인민생활 향상'..엄혹한 현실 절감 가능성

 

 

최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이 뜸해진 것으로 나타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29일 현재 보름 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 창립 65주년을 맞아 기념사진을 촬영한 것이 최근의 마지막 공개활동이다.

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은 이달 들어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7~8월 각 16회에 이르던 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은 지난달 11회로 줄어들기 시작한 뒤 이달에는 6회로 크게 줄었다.

이번 달 공개활동은 1~9월 평균인 13.7회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공개활동 내용도 차이를 보였다. 9월에는 경제 5회, 군(軍) 3회, 기타 3회였지만 이달에는 경제 1회, 기타가 5회를 차지했다.

군부대 시찰이나 민생현장 방문보다는 단순 기념촬영이나 금수산기념궁전 참배(당 창건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당 총비서 추대 15주년 기념대회 참석, 국가안전보위부 방문 등이 주를 이뤘다.

불과 몇 달 전까지 모란봉악단 공연에서의 미키마우스 캐릭터와 미국영화 `록키' 주제가 등장, 부인 리설주 공개와 같은 `깜짝 이벤트'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흐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후계승계 이후 처음으로 맞았던 정권수립일(9.9절)과 당 창건일(10월10일)도 비교적 차분하게 넘어갔다.

정부 당국자들은 뜸한 공개활동을 비롯한 최근 북한 분위기에 대해 `엄혹한 현실'에 대한 김 제1위원장의 인식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이 "인민이 다시 허리띠를 조이지 않겠다"며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내외 여건을 절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별로 김 제1위원장의 뜻대로 되는 게 없으며 전체적으로 북한의 분위기가 최근 가라앉은 것 같다"면서 "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김 제1위원장의 표정도 예전과 달리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 제1위원장이 엄혹한 북한의 현실에 좌절하거나 고민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성과가 나지 않자 김 제1위원장이 주요 간부들을 "우물안의 개구리 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고 질책하며 못마땅해한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중국의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김 제1위원장이 공개활동을 자제하며 대내외 정책 구상을 가다듬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軍)이 관장하던 경제사업의 내각 이관, 협동농장 분조 축소, 기업 경영자율권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6.28 경제관리개선조치'의 본격 시행을 위한 준비와 점검도 중요한 정책구상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과도한 공개활동에 따른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고지도자로서 주민들에게 일종의 신비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 너무 잦은 공개활동이 장애가 된다고 판단해 속도 조절에 들어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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