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경찰 존중않을 때 모멸감 느껴"

김용판(54·치안정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9일 22년간의 경찰 행정경험과 치안철학을 담은 책을 출간했다.

경찰 수뇌부가 재직 중에 책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김 청장은 '우리가 모른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360여쪽짜리 책에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갈등과 자신이 추진해온 주취폭력(주폭) 등에 대한 견해를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김 청장은 "모든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법적으로 어떤 권한이 주어져 있다 해도 이를 권한으로 보기보다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책무로 봐야 한다"며 "형사소송법을 비롯한 어느 법률에도 '수사권이 있다'는 규정은 없으며, 오직 '수사해야 한다' '수사할 수 있다'는 규정만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과 언론은 경·검 갈등문제만 나오면 '밥그릇 싸움'이라고 냉소적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이 경우 '항상 손해 보는 쪽은 경찰'이라는 볼멘소리는 타당성이 있다"며 "경찰은 가져와야 하는 입장이고 검찰은 지키면 되는 입장인데 시간만 흐르다 보면 지키는 자가 이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경찰을 하급관서로 취급해 존중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면 경찰이 느끼는 모멸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검찰은 경찰로부터 그런 모멸감을 느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청장은 "(수사권 갈등에서) 경찰과 검찰의 관계설정 문제가 핵심으로, 국민은 수사기관이 수사 책무를 더 많이 지겠다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좋아할 것"이라며 "진정으로 상호협력해 상생해야 하며 이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결론냈다.

특히 충북경찰청장 재임 시절부터 지난 5월 서울경찰청장 부임 이래 대표적으로 추진해온 '주폭척결'에 대해 그는 "주폭으로부터 영혼마저 파괴되는 듯한 상습적인 패악에 시달려온 피해자들이 진정으로 고마워하고 있다"며 △서민생활 보호 △공권력 확립 △범죄심리 억제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을 그 효과로 들었다.

김 청장은 "현직에 있는 동안 치안철학을 담은 책을 내고 싶었다"며 "현직에 있을 때면 동료와 상관, 부하가 지켜보는 등 책임 있는 자세에서 있는 그대로 쓸 수가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의 김 청장은 행정고시를 거쳐 1991년 경정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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