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식성 신장을 위한 단상

결혼이주여성들을 가르치면서 항상 의문이 왜 그렇게 오랜 세월을 한국에서 보냈는데 한국어 능력이 떨어질까 하는 것이다. 정말이다. 13년 된 일본 사람의 언어생활이 문장으로 볼 수 없는 경우가 있고, 발음의 경우는 더욱 나쁘다. 10년이 넘은 이주여성들의 언어가 생활한국어 외에는 전혀 문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우리말은 글로 쓰는 것과 실생활에서 하는 말이 다르다. 수업시간에는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하고 가르치지만 실생활에서는 이름이 뭐유?”, “어디서 왔수?”, “아따, 디게 비싸네!” 등의 말을 사용한다. 필자가 지금 사용하는 언어도 밖에 나가서 말로 할 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문식성은 사전적 의미로 읽고 쓰는 능력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자에 따라 문식성(文識性), 문해력(文解力), 혹은 리터러시라고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문식성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에 그대로 쓰기로 한다.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은 한국어 해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화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빨리 문식성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교육방법이 있다.

우선 한국 설화를 자녀와 함께 읽는 방법이 있다. 우선 소리내서 읽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아이가 엄마의 발음을 교정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옛날 이야기를 읽다 보면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지게’, ‘멍석’, ‘쟁기등 알 수 없는 단어가 나오기도 하고 의성어와 의태어도 자주 등장한다. ‘꼬불꼬불’, ‘울퉁불퉁’, ‘철퍼덕’, ‘꿀꺽꿀꺽등 이해할 수 없는 단어다 많다. 남편이 도와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와 함께 분석하고 해결해야 한다. 사전을 찾고 이미지 화면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일단 의태어와 의성어는 넘어가는 것이 좋다. 한꺼번에 다 알고 넘어가는 것은 어렵다. 소화불량에 빠진다. 그러므로 일단 표현하고 기억하기 좋은 단어를 자국어사전과 한국어사전을 통해 자녀와 토론하면서 익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한국 노래를 함께 부른다. 학교에서 배운 노래든지 유치원에서 배운 한국 노래를 자녀가 부르게 하고 함께 부르는 것이다. 노래 부르기는 한국어를 배우는 지름길이다. 필자가 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에 부르던 팝송이 미국에 가서 대화하는데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사람이 의사소통할 때 언어적 요소는 7%, 음성적 요소는 38%, 표정이 55% 작용한다고 한다. 결국 소리와 표정이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의 언어적 요소가 삶에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어찌할 수 없다. 중요한 의미를 전달할 때는 정확한 언어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문화와 전통이 담겨 있는 민담이나 전설 등의 교재를 활용하여 문식성을 신장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와 낯선 문화가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문화와 정신이 바탕에 깔려 있고, 그 위에 이질적인 문화가 동화되면서 발전해야 한다.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만이 다문화는 아니라고 본다.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생활하면 다문화라고 할 수 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만나서 사는 것도 다문화사회고, 서울 사람과 부산 사람이 사는 것도 크게 보면 다문화 가정이다. 전라도 남자와 경상도 여자가 만나서 사는 것도 다문화의 한 분야다.

결국 다문화사회라는 것은 별거 아니다. 모든 상황이 다문화사회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속에서 서로 이해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인데, 그 중 문식성을 신장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설화를 유치원에서 가르치는 방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에게 적용하여 보자는 것이다. 어른이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문법교육식 교수법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통합적인 교수법으로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나저나 지난 목요일에 비니(가명, 베트남) 친정엄마 모셔다가 청소를 했는데, 문화의 차이로 김치 냉장고가 탈이 났다. 아내는 아직 모르는데 어찌한다? ! 슬프다.

<중부대 교수>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