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과일장사 ‘저축’만이 삶의 유일한 희망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저축의 끈을 놓지 않은 50대 과일장수가 있다.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과일 상회를 운영하는 신경숙(57·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2210 영미청과·☏010-5486-6795)씨가 그 주인공.

신씨는 지난 30일 국민의 저축 정신을 앙양하고, 저축·보험·증권사업을 증진하기 위해 지정한 ‘저축의 날’ 행사에서 국민포장을 받았다.

“‘저축’은 제 삶의 유일한 희망인 ‘자식들의 미래’였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었습니다. 노점에서 시작한 장사가 점포로 바뀌고, 과일 리어카에 매달려 함께 장사 나갔던 자식들이 대학을 졸업해 출가하는 동안 저축은 제게 단순히 ‘돈을 모으는 일’은 아니었답니다.”

배우자와의 이혼으로 세 아이와 함께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신씨는 5일장을 찾아다니며 옷과 생선 등을 팔다 30년 전 청주 남주동에 있던 도매시장 입구에서 과일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도매시장이 봉명동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의 ‘영미청과’를 열고 도매인으로 일하게 됐다.

새벽 5시에 일을 시작하는 고단한 생활 속에서도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저축했다. 어린 자녀들을 교육시켜야 했고 월세 방에서 벗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빠듯한 생활이었지만 꿈을 위해 저축을 멈추지 않았다. 저축하기 위해 근검절약했고 매일 열심히 일했다.

10만원 미만의 돈을 매일 적금형식으로 저금했고, 이것이 만기가 되면 다시 정기예탁금으로 예치해 10여개의 통장을 만들 정도로 저축하는 일을 쉬지 않았다.

“빠듯한 살림에 매일 저축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러나 푼돈을 모아 목돈으로 만들 때의 기쁨 때문에 저축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돈 많이 버는 사람들에 비하면 푼돈이겠지만 이것이 지난 삶의 성취라고 생각하면 뿌듯합니다.”

신씨가 국민포장을 받은 것은 단순히 매일 저축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홀로 아이 셋을 키우는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20년간 사회복지시설인 현양원에 매월 일정액을 기부했고, 청원군 가덕면에 있는 성은기도원에 10년째 매주 과일을 배달하고 있다.

“너무 적은 금액이라 알려지는 것 자체가 쑥스럽다”는 신씨는 “저축만큼 나누는 일 또한 큰 기쁨이기 때문에 기부는 결국 나를 위한 일”이라며 겸손해 했다.

신씨의 이러한 선행은 도매시장을 ‘나눔의 장’으로 만들었다. 그가 기도원 등의 사회복지시설에 매주 과일을 배달하는 일이 알려지면서 과일은 물론 채소 도매인들도 이 일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팔다 남은 과일이며 채소, 깨끗한 옷가지 등을 모아 신씨를 통해 시설에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작은 사랑이 모이면 큰 사랑이 된다는 것을 이웃 상인들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제가 나누는 과일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웃들과 함께 하니 꽤 많은 양어서 전달하는 마음이 더 뿌듯해 졌습니다. 그런 면에서 ‘나눔’과 ‘저축’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저축왕’ 신씨에게 힘들게 일해 만든 통장보다 더 값진 것은 잘 자라준 자식이다.

“30년 동안 일하고 저축하는 동안 자식을 잘 키우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자식들도 모두 출가했으니 이제 스스로를 위해 일하고 저축할 생각입니다. 물론 이웃과 나누는 것도 잊지 않겠습니다.”

▶글/김재옥·사진/임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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