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배운 포석선생 숨결 느껴
명사들의 시 사랑·정열에 감동
충북의 밥 술자리 모두 멋진 추억
푸른 가을 하늘도 인상 깊어
한국의 예술 혼 중국에 전할 것

 

 

나에게 고국 대한민국 충북과의 인지지연(人地之緣)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행운이었다.

동양일보가 매년 주최하는 역사 깊은 행사-2012충청북도순회문학제에 참석하게 되였으므로 가을 복판을 서성거리는 중국 난주를 떠날 준비를 하면서 나의 가슴은 크게도 출렁이였다.

나는 그동안 문학과 시를 즐기는 흉내를 내보여 왔지만 한국에서 진행되는 문학행사는 처음으로 참석하게 되었고, 또 고품격적인 순회 시낭송회들을 현장에서 경험하게 되였으므로 격동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중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대학까지 공부한 내가 한글로 시를 쓰는 작업은 남들은 미처 알지 못하지만 약간은 힘들게 진행하여 왔고, 또 한글로 진행되는 소설 창작을 시작한 나에게 있어서 충청북도순회문학제는 귀중한 챤스가 아닐 수가 없었다.

충북을 찾아오는 길은 고급중학시절(한국의 고등학교 편집자) 조선어문교과서에서 배웠던 락동강을 써내신 포석 조명희 선생님의 위대한 문학정신을 찾아오는 길이다. 충북을 찾아오는 길은 수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명시 향수를 써내신 정지용 시인님의 거룩한 시정과 시혼을 탐방하는 길이다. 그리고 또 오랫동안 들어오기만 하던 충청북도순회문학제 시낭송회의 진미를 만끽하는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위대한 문학정신의 소유자 그리고 거룩한 시정과 시혼의 임자를 키워준 충북은 도대체 어떤 지역일까? 10여 년간 고품격적인 시낭송회를 지역 순회식으로 진행하여 멀리 중국에까지 명가를 떨치는 그 충북에는 어떠한 서정과 감동이 무겁게 밑받침되여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 끝에 나는 충북 행을 하려면 사전에 충북을 조금이라도 알아두는 것이 유익한 일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때문에 나는 인터넷에서 충북과 관련된 상식자료들을 뒤져보다가 저도 모르게 나름의 상상들까지도 펼쳐보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충북은 순수개념적인 몽롱한 존재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나는 갑자기 만권의 책을 읽고 천리의 길을 가라.”는 말이 생각히웠고 또 여행은 길을 걷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것은 새로운 지역문화 서적을 읽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을 곱씹어 왔던 것도 생각히웠다. 그러다나니 나는 충북행은 나에게 있어서 몇 권 째 책이 되고 몇 리 째 길이 될 것인가? 라는 생각에 빠져들고 말았다. 기차와 항공편을 바꿔가며 3일간에 걸쳐 오는 내내 나는 그같은 상념에 젖어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다.

충북에 도착해보니 충북의 한낮 날씨는 조금 무더웠고 산들은 한여름인양 푸르렀다. 그런데 논밭에는 어느새 황금나락이 번뜩이고 있었고 파아란 하늘은 아득하게 높기만 하였다. 때문에 나는 금방 시작 되는 듯한 충북의 가을은 내가 사는 멀리 서역 땅 가을과는 어딘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곳곳에 태양의 땅이라는 글자판들이 눈에 들어 왔다. 충북인들의 얼굴들과 웃음들은 참으로 맑았다. 그들의 걸음걸이는 바쁜 보조이면서도 어딘가는 자신감과 온건함으로 차 넘쳤다. 중국에서처럼 노는지 일하는지, 걷는지, 쉬는지를 분별하기 힘든 모습들은 찾기 힘들었다. 특히 시군을 돌며 맛보는 충북의 밥은 아주 맛있었고, 충북의 술자리는 아주 멋졌다.

2012년 충천북도순회문학제의 시낭송회들은 한여름의 환희와 정열을 불태우는 동시에 나에게 성숙과 안온의 힘, 그리고 문향의 아름다움들을 선사해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지역마다 무대에 올라서는 기관 단체장들은 어느새 시를 암송하거나, 보고 읽어도 저토록 멋지고 의연하게 할 수 있었는지 행사 내내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경찰서장이거나 군인이거나 하는 제복을 입은 명사들이 나와 낭송을 할 땐 정말이지 모든 사진을 찍어 중국 전역에 알리고 싶었다. 권력이 있거나 사회적 신분이 높은 분들이 다소곳하게 시를 읽고 내려가는 모습은 마치 수줍은 소녀들과 다르지 않았다.

충북의 문화명소들에는 유구한 력사의 찬연함이 크게 숨쉬고 있었고, 충북의 산하에는 충북다운 정기와 령기가 진동하고 있었으므로 사색적이였고 감동적이였다.

충북의 어느 구석구석에도 내가 배워내야 하고 실천해야 할 일들과 생각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동안 나는 한국의 서울과 제주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충청도에 와서 보니 그동안의 상식은 얼마나 편협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이었는지를 부끄럽게 느껴야만 했다.

내가 충북을 찾아오기에는 시간과 인지지연의 이야기가 필요하였었다. 그러나 충북의 깊이와 웅심을 알기에는 아직도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것들은 무엇일가? 답 없는 자문 끝에 나는 마음속으로 몇 마디를 되뇌어 보며 한국을, 아름다운 땅 충청도를 떠났다. 그리고 인천공항을 이륙하며 뇌였다.

잘 있거라- 충북이여, 번성하라,‘태양의 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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