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시인 연변출판사 발행 예술세계주필)

 

 

 

 

내게 있어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계절은 2012년 가을이었다.

올 10월 대한민국 충청도의 가을은 들마다 황금 물결이요, 산은 산마다 오색 단장. 자연이 펼쳐낸 점점의 수채화는 여기 중국에 돌아 와서도 아직 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이번 한국, 충북의 방문 길은 보름이 넘는 기간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충북 사람들 속으로 자석에 끌리듯 빨려들었다. 어느 행사에서 보기 어려운 ‘문학’을 내세운 특별함이 있어 더 멋지고 품격이 있어 더 매력이 있는 사람들과의 어울림이었다.

우리 일행을 초청해주신 동양일보는 올해로 13년차 ‘충북순회문학제’로 명사들의 애송시 랑송회를 발기, 이끌어 오고 있음을 안다. 방문하는 시,군마다 훌륭한 공연자가 우릴 맞았다. 한국의 , 충북이 얼마나 잘 살기에 지역마다 이같은 시설들이 마련돼 있단 말인가. 무대마다 조명이 켜지고, 그 조명 아래 일상에 쫓기는 기관장과 단체장님들이 시낭송을 하기 위해 서있었다.

난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 같은 광경을 보지 못했다. 충격 그 자체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이, 상상도 못해 본 일들이 이곳에서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내가 본 것이 사실이라 것에 거듭 놀란다. 명사들의 시 랑송회라는 이 낯설고 엉뚱한(?)행사가 처음은 힘들었겠으나 처음 대하는 우리들에게 충격을 줄만큼 여기까지 왔다. 시를 랑송 하는 이곳 명사들은 무언중 당신 자녀들에게 품격을 심어주고 있었다. 문화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리고 래일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정신을 소유한 어른의 어른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매 순간마다, 연일 감격스러운 장면들이다.

음성군에서 만난 한충자 할머니는 더욱 인상 깊다. 겨우 한글공부 4년 밖에 못한 이 시인 할머니는 77세에 시집을 펴냈다 하신다. 할머니는 무대에 올라 시도 읊으신다. 삶의 무게를, 한을 시로 쏟아내는 할머니의 몸에서 나는 이 가을이 멈춰 서 있는 듯한 감동을 받았다. 글꽤나 배웠다는 나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시를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 받았을 때의 우쭐함은 멀찍이 사라졌다.

50대 나이에 인생을 론 함도 어리석은 일만 같았다. 어느 절에서 배운 사랑을, 아픈 아내를 향한 사랑으로 실천한 그 사람의 향기가 은향나무숲에서 노랗게 익어갔다. 이제 그는 아내사랑을 넘어 큰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나도 은향나무숲에서 사랑을 배우고 간다. 시(詩)는 한자로는 절(寺)의 말씀(言)으로 되어있다. 오늘 시를 랑송하는 충북 사람들은 무엇을 깨닫는 것일까. 인생의 심오함과 령혼의 심성을 일고 있는 듯하다.

나는 령혼이 살아있는 이곳 청주에서 진정 사람의 가을을 본다. 참 사람의 향기를 맡는다.

충북에서 만난 고마운 분들, 진심으로 반겨주신 동양일보와 충청도 도민 여러분들에게 이 기회를 빌어 머리숙여 감사를 드린다. ‘동포’라는 말, ‘시향’이란 말도 다시금 새겨 본다.

그리고 동양일보가 왜 ‘푸른 깃발’이 되고자 하는지 그 의미도 되새겨 본다.

 

*위 글의 표기는 원문대로 임.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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