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중기대출 꺼린 탓…대기업은 회사채로 눈돌려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대기업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동반 감소했다.

은행들이 경기침체로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대출영업에 부담을 느낀데다 대기업들은 금리가 낮아지자 은행 대출 대신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0월말 현재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08조9265억원으로 9월의 209조7083억원에 비해 7818억원(0.37%) 줄었다.

이들 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도 9월 73조9326억원에서 10월 73조5942억원으로 3384억원(0.46%)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이 202조3102억원에서 202조9225억원으로 6123억원(0.30%), 신용대출이 56조2738억원에서 57조2233억원으로 9495억원(1.69%)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은행들이 중기대출을 줄이고 대기업대출에 주력하는 경우는 많지만 중기대출과 대기업대출이 동반 감소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중기대출이 줄어든 것은 은행들이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속에 공격적인 대출 영업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우량고객인 대기업들은 은행 대출 대신 금리가 낮은 회사채 발행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의 9월 회사채 발행액 가운데 금융채 등을 제외한 일반 회사채 발행 규모는 5조309억원이다. 8월 발행액 3조8140억원보다 31.9%(1조2169억원)나 늘었다.

한국은행이 7월 기준금리를 내리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린 영향으로 이전보다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0월에는 '웅진 사태'로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가 소폭 상승한데다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전월 채권시장에 미리 반영됐지만 업계에서는 지난달에도 대기업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기에 우호적인 여건이었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의 대기업 영업부문 관계자는 "불황 속에 회사채 금리가 3%대 초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일부 우량 업체들은 회사채를 발행해 은행 대출을 갚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속에 은행이 공격적으로 대출영업을 하기 어렵다"면서 "기업들도 투자를 줄이고 현금보유분을 풀어 대출을 갚는 경우가 많고, 환율까지 떨어져 외화대출을 상환하기도 좋은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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