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욱, SBS 주말극 다섯손가락악역으로 열연
기존 모습 대신, 제대로된 나쁜놈 보이고 싶었다
 
그는 웃어라 동해야였다. 또 그다음에는 무사 백동수였다.
조금씩 모양은 달라도 착하고 정의로우며 순수한 캐릭터를 상징하는 것은 같았다.
그랬던 그가 하루아침에 돌변해 온갖 악행을 일삼는다. 이복형에게 온갖 누명을 씌우며 모함을 하고 형이 자기 눈앞에서 사라지기만을 바란다.
간혹 괴로움에 몸부림치기도 하고 삶을 놓아버리려는 시도도 하는 것을 보면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안면 몰수하고 나쁜 남자가 됐다.
지창욱(25)SBS 주말극 다섯손가락에서 악역 유인하를 맡아 연기변신에 도전 중이다.
최근 경기 고양 탄현SBS제작센터에서 만난 지창욱은 예상(?)과 달리 밝고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연기자가 대개 배역의 심리상태를 좇기 마련이라 지창욱도 다소 어둡게 가라앉아있을 것 같았지만 그는 환했다.
재미있어요. 시청자는 절 보며 화가 나기도 하고 제가 얄미워 보이기도 하겠지만 전 이것도 연기니까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감정을 분출하는 연기가 생각보다 후련하네요. 한번은 소품을 부수는 장면이 있는데 세 개 정도만 부수겠다고 하고 촬영에 들어갔다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현장에 있는 걸 몽땅 부숴서 소품팀에 미안했어요.(웃음) 배우들이 이미지를 생각해서 착한 캐릭터를 선호하지만 솔직히 착한 남자보다 나쁜 남자가 감정의 기복이 확실하니까 연기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2년 전인 지난해 1월 지창욱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웃어라 동해야에서 심신이 건강한 청년을 연기하고 있었지만 그는 인터뷰 당시 무거웠고 경직돼 있었다. 신인으로서 덜컥 일일극의 타이틀 롤에 캐스팅돼 부담이 큰 상태이긴 했지만 원래 성격도 그렇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신인이라 머릿속이 하얀 상태였어요. 하루하루 촬영을 진행하느라 급급했고 언론 인터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하지만 그사이 몇 작품을 통해 경험을 늘려나가면서 정말 많이 배웠고 여유도 생긴 것 같아요. 작품 전체를 돌아볼 줄도 알게 됐고 연기에서 재미도 찾게 됐습니다.”
다섯손가락은 인하와 인하의 엄마 영랑(채시라 분)의 악행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막장 드라마라 지탄받고 있다.
이에 대해 지창욱은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있어도) 내가 이번 역으로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무슨 역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내가 먼저 인하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인하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게 내 역량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하고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인하를 믿지 못하는 순간 드라마의 모든 것이 우스워져버린다는 그는 다만 인하가 상처를 많이 받아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시간상 그게 잘 안돼 아쉬운 것은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무만이 아니라 숲도 보게 됐다는 지창욱은 애초 완전한 악한으로 설정됐던 인하에 자기 생각을 녹여 좀 더 유하고 상처가 많은 인물로 표현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다섯손가락의 모든 인물이 피해자라고 해석했다.
물론 인하와 영랑이 지호에게 나쁜 짓을 하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가 피해자잖아요. 상황이 사람들을 그렇게 내몬거라 안타까운거죠. 누구 하나를 탓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이달 말 종영하는 다섯손가락이후 그는 뮤지컬 등 공연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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