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관계자, 첫 공개 `문제 제기'

 

 

 

청와대가 5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특검팀에 처음으로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특검팀이 이날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조사 방침을 이미 정했고, 청와대와 방법을 조율 중이라고 밝힌 게 계기가 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이 일방적으로 김 여사 조사를 기정사실화한 뒤 우리와 시기와 방식을 조율 중인 것처럼 발표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특검팀의 수사방향에 대해 내부에서 간헐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사저 터 매입 의혹 수사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비롯한 계약 당사자에 관한 `개인적인 문제'여서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수사대상을 확대하면서 마치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청와대도 수용한 것처럼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불만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특히 이날 청와대가 문제로 삼은 것은 3가지다.

우선 특검으로부터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공식 요청받은 게 없는데도 김 여사 조사에 대한 시기와 방법을 조율 중인 것처럼 언론에 공개한 것은 명백히 사실 관계가 다르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특검팀이 이날 오전 방문조사에 대해 민정수석비서관실을 통해 문의를 했지만 그야말로 단순 문의였을 뿐 수사 방식과 시기를 조율한 것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자체를 합의해 준 적이 없다는 얘기다. 다만 이 관계자는 특검의 공식 요청이 있으면 받아들일 것이냐는 데 대해서는 "그때 가서 검토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이와 함께 특검이 김 여사 문제를 발표한 시기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이 대통령과 김 여사가 국가정상으로서 오는 7일 공식 순방을 나가기 불과 이틀 전 김 여사가 의혹의 당사자인 것처럼 발표하는 게 도리상 맞느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발표를 해도 지켜야 할 것이 있는데 국가원수 내외에 대한 예의에 맞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또 청와대는 역대 대통령 부인에 대한 예우에도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적도 없을뿐더러 전직인 경우에도 이런 식으로 사전에 공개하고 조사를 진행한 것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사후에 공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김 여사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했기 때문에 서류를 확인하고 해당 은행에 알아보면 사실 관계가 다 나온다"면서 "굳이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사안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특검의 수사 연장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한 핵심 참모는 "특검의 입장을 모르는 상황에서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