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생활수준이 다르다는 이유로 경계하고 의심하고 벽을 쌓아보면 나와 상관없는 그들이 된다.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이방인, 이민자에게 사회는 냉담하다.
영화 비지터는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지닌 이방인에 대한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아프로(아프리카) 리듬으로 시작된 경쾌한 열정의 두드림은 사람과 사람 사이 단단한 벽에 틈을 만들고 그 틈으로 교감이라는 화학작용을 이끌어내 결국 그 벽을 완전히 허물어버린다. 20년째 코네티컷 대학에서 똑같은 수업 내용으로 강의를 하며 단조로운 삶을 이어가는 경제학 교수 월터 베일(리처드 젱킨스 분). 아내를 오래전에 여의고 혼자 외롭게 살아가던 그는 학회 참석을 위해 오랜만에 뉴욕에 있는 집을 찾는다.
그리고 오랫동안 비워둔 자신의 아파트에서 불법 이민자 타렉(하즈 슬레이만) 커플과 마주친다. 부동산중개인에게 사기를 당해 집주인도 모르게 세를 얻고 들어온 이 커플은 월터의 등장으로 갑자기 거리로 나앉아야 할 판이다.
젊은 커플의 처지를 안쓰럽게 여긴 월터는 커플에게 당분간 방 하나를 내주기로 한다.
시리아 출신으로 자유롭게 음악을 하고 싶어 뉴욕에 온 타렉은 집에서 늘 젬베를 연습한다. 타렉의 연주를 들으며 흥겨운 리듬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 월터는 타렉에게서 젬베를 배우기 시작하고 삶에 새로운 활기를 느낀다.
하지만, 어느날 타렉이 경찰의 불심검문으로 불법 이민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체포되고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된다. 타렉이 연락이 되지 않자 걱정이 된 그의 엄마 모나(히암 압바스)가 뉴욕으로 찾아오고 월터와 함께 타렉의 면회를 다니기 시작한다. 월터는 이 모자에게 점점 더 강한 연민과 애정을 느낀다.
영화는 말라 비틀어진 고목처럼 무미건조했던 늙은 남자가 흥겨운 젬베 리듬으로 인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지금까지 우리가 그저 이방인으로 여기며 살아왔던 주위의 누군가에게 한 번 말을 걸어보라고, 원시의 열정을 담아낸 아프로 리듬처럼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하라고 충고하는 듯하다.
8일 개봉. 상영시간 104.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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