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현재의 골격을 유지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관계가 '가치동맹'을 언급할 정도로 우호적인데다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에 한국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또 북한 문제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수용해온 오바마 행정부의 행보를 감안할 때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큰 갈등요인이 초래될 가능성이 적다는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한다.

물론 내달 치러질 한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한미 관계의 미세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

특히 한국의 유력 대선후보들이 당을 불문하고 남북관계가 악화해온 현재 상황을 타개하거나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미 양국의 '호흡맞추기'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역할을 그 누구보다도 중시해온 점을 감안하면 동맹관계의 강화를 기본 토대로 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은 물론 군사 분야의 핵심 현안과 인적ㆍ물적 교류 확대 등 현재의 양국관계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속해있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을 외교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새로운 외교 전략(Pivot to Asia)을 지향한다.

그 중심과제는 역시 미국과 함께 국제사회의 G2(주요2개국)로 부상한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이며, 이 과정에서 핵심 동맹국인 한국의 존재감은 더욱 도드라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외교정책을 주제로 한 3차 TV토론에서 "중국이 규칙을 따른다면 국제사회에서 잠재적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규칙'을 어길 경우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곧 이른바 'G2 대결' 또는 미ㆍ중 충돌로 현실화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적 행보가 양국 모두에게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방향도 큰 변화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초기에는 북한에 대해 '과감한 접근'을 주창했었다. 하지만 북한의 거듭된 '도발'을 경험한 이후 그는 한미 공조를 최우선으로 하는 한반도 정책을 구사해왔다.

그의 대북 정책은 '전략적 인내'로 표현됐다.

그러나 실제 외교 무대에서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사실상 실종된 채 보수적인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양상이 한동안 지속됐다.

미국내에서 '전략적 인내'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자 오바마 정부는 우여곡절을 거쳐 비핵화 사전조치와 대북 식량(영양) 지원을 고리로 한 '2ㆍ29 합의'를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은 '2.29 합의' 직후인 지난 4월13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고 다시 미국의 대북 정책은 '정체상태'로 빠졌다. 이제 재선 고지를 밟은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하면서 북한에 '옳은 선택'을 촉구하는 투트랙 전략(압박과 대화 병행)을 실천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재선에 성공한 역대 미국 대통령이 보다 자유로운 입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을 생각하면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 이란과 함께 국제사회 비확산 체제의 핵심 위협으로 등장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과감하게 움직일 가능성은 상존한다.

한미 양국에 모두 새로운 정부 또는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시의 적절한 협의가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워싱턴의 한 고위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에게 더욱 절박한 대상"이라면서 "북한이 옳은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게임 플랜' 마련이 내년 초 시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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