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 만 청주시흥덕구청장

 

가을이 익어가는 요즘 선선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걸어서 출근을 하다보면 주택가 골목 담장너머 빨갛게 익은 감을 볼 수도 있고, 환한 햇살 받아 노랗게 물들어 손 흔드는 은행나무 가로수를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아침 일찍 문을 연 빵가게에서 구워내는 고소한 빵 냄새도 맡는다.

벌써 두꺼워진 교복을 차려입고 저희들끼리 즐거운 아이들, 어느 곳을 향하는지 바쁜 발걸음을 하는 아주머니들, 이렇게 아침마다 활기찬 모습의 사람들을 만난다.

걸어서 출근을 시작한지 올해로 20년째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걸어서 출근을 하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었다.

20년 전 직원들과 갑사에서 동학사를 넘어가는 계룡산을 등산하게 되었다. 혼자 맨 뒤에 쳐져서 함께 간 직원들을 고생시켜가며 산을 넘게 되었는데 미안한 마음은 물론이고, 더욱 심각한 것은 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때부터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운동할 수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선택하게 된 것이 걸어서 출근하는 것이었다.

사람의 신체활동 중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이 걷기이다. 걷기는 특별히 배우지 않고도 할 수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운동으로 현대인이면 대부분이 고민하는 뇌졸증, 심장마비, 당뇨병 등의 성인병 예방에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그 뿐만 인가? 걷는 것은 교통의 수단으로써 자연 친화적이다. 한사람이 200일간 걷기로 출퇴근 할 경우 이산화탄소 140kg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탄소감소량은 소나무 45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둔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걷기운동이 우리주변에서 크게 활성화 되어 성공을 거둔 사례를 보기는 힘들다.

그래서 지난 7월 흥덕구청장으로 부임하면서 걷기에 대한 오랜 경험을 통한 확신을 가지고 청주시 흥덕구 직원들 건강을 위해 걷기와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운동을 시작 하였다. 초기에는 80여명의 직원들이 참여하였으나, 현재는 150여명의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직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걷기와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운동 활성화 우수제안을 모집했다. 우수제안으로 지역별 자전거 동호회 만들기, 한동네 사는 직원 걷기 커플제 실시, 걸어서 출근하는 풍경 사진방 운영, 걷기와 자전거 출퇴근 릴레이 운동 실시 등 좋은 제안들이 접수 되어 2013년부터는 우수제안들을 적극 반영하여 운영함으로써 직원 참여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그런데 제안 중에는 자전거 도로 확장, 샤워실 확충, 걷기길 만들기, 공용자전거 확보 등의 제안들도 있었다. 걷기와 자전거로 출근 하려면 그런 제반 사항들이 필요한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제반 사항들이 갖추어 지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가 더욱 좋아지는 것이지 그런 제반사항들이 갖추어지지 않아서 걷기나 자전거타기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일 4Km를 50분정도 걸어서 출근을 하면서 보면 샤워를 해야 할 정도로 땀이 많이 나지는 않는다. 도보길이 불편해서 걷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말이다.

걷기 운동을 해보면 무엇보다도 자신의 건강을 수시로 체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걸으면서 내 몸의 어느 곳이 불편한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금방 알 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동료직원들이 걸어서 또는 자전거로 출근을 해봤으면 좋겠다. 관주위보(貫珠爲寶)라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것도 해 봐야 좋은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여기저기에서 ‘힐링’을 외치고 있다. 걸어서 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은 환경과 자연의 힐링이고, 내몸의 힐링이다.

쾌적해 지는 환경 속에서 경제적인 방법으로 내 몸의 건강을 지키는 이 일이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 일석삼조일 것이다. 나는 우리 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처럼 좋은 운동이 기업과 타 기관, 단체에도 확산되고,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성공을 거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삶의 질과 공간의 질이 높은 건강한 녹색수도 청주건설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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