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악전악투’ 다루는 드라마 짚어보기

 “드라마로 드라마를 그려내다”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이 과제는 드라마계가 꾸준히 연구하는 테마다. 드라마 제작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인 동시에, 너무 잘 알기에 자칫 식상해질 위험을 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는 연예인 등 스타의 삶과 그 주변에서 함께 일하는 스태프의 이야기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이는 곧 연예계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최근 몇년간 방송가, 연예가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잇달아 안방극장을 노크하고 있다.

시청률 5%를 벗어나지 못해 망한 일도 있고,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기를 끈 때도 있다. ‘드라마 이야기’라고 모두 흥미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세계를 조명하고픈 드라마 제작진의 욕구와 시도는 계속된다.

드라마업계를 정면으로 다룬 드라마로는 2008년 3월과 10월에 각각 선보인 SBS ‘온에어’와 KBS ‘그들이 사는 세상’이 있다. 그리고 4년이 흘러 SBS ‘드라마의 제왕’이 지난 5일 첫선을 보였다.

이 중 ‘그들이 사는 세상’과 ‘드라마의 제왕’은 드라마판을 묘사하는 데서 정반대 지점에 놓여있다. 전자는 극사실적으로 묘사했고 후자는 과장법을 사용해 블랙코미디식 접근을 한다.

현실을 세밀하게 그리는 노희경 작가의 작품인 ‘그들이 사는 세상’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드라마판의 풍경을 진지하게 그려냈다. 주인공들의 멜로도 전개됐지만 그보다는 드라마판을 성실하게 묘사하는 데 많은 취재와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다.

반면 ‘드라마의 제왕’은 과장법을 구사하며 극성을 극대화한다. 드라마는 첫회에서 시청률 1%에 목숨을 걸고 협찬받은 간접광고 상품을 억지로 스토리에 넣어야 하는 제작진의 고충을 박진감 넘치는 액션영화처럼 그려냈다.

액자드라마 ‘우아한 복수’ 마지막회 중에서도 마지막 10분 분량의 촬영 테이프가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도 방송사에 도착하지 못해 방송 사고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이를 배달하던 퀵서비스 배달부가 과속으로 죽는 것이 과장법의 정점을 찍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성실히 일하는 과정을 조명했다면, ‘드라마의 제왕’은 “우리가 드라마를 만드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외치는 주인공 앤서니 김(김명민 분)을 내세워 드라마업계를 산업적인 관점에서 치열한 전쟁터로 그린다.

‘온에어’는 이 두 드라마의 중간지점을 걸었다. 드라마 작가와 PD, 스타, 매니저가 주인공이었지만 그들의 인간적인 관계와 화학작용에 좀더 무게 중심을 뒀던 작품이다.

시청률로만 봤을 때 드라마판 자체를 성실하게 조명한 작품은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구본근 센터장은 “결국은 드라마판을 배경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요리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그들이 사는 세상’도 값어치 있는 드라마였지만 ‘온에어’가 시청률에서 성공한 것은 드라마판을 배경으로 하되 주요 네 인물의 캐릭터 플레이를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드라마의 제왕’은 그런 이야기를 될 수 있으면 극적으로 포장해 내며 차별화를 꾀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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