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반발 "이미 수사개시…다른 검사도 조사 불가피"

 경찰이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과 대기업 측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의혹이 있는 부장검사급 검찰간부 A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현직검사 2~3명이 더 연루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검찰이 독자적 수사권을 지닌 특임검사를 지명해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즉각 '검찰의 사건 가로채기'라고 반발하면서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찰이 검사들을 무더기로 조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9일 "사건에 연루된 현직검사가 2~3명 더 있다. 이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경찰이 조희팔의 은닉자금을 찾다가 A검사가 실소유주로 보이는 차명계좌에 조씨의 측근 강모씨가 2억원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수사가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추가로 연루된 검사들도 조희팔 사건과 관련됐거나 A검사에게 전달된 돈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A검사의 차명계좌로 추정되는 계좌에서 조씨와 유진그룹 외 타인이나 타 기관이 수백만~수천만원 상당의 자금을 수차례에 걸쳐 입금한 정황도 포착, 대가성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경찰은 A검사가 유진그룹의 계열사인 유진기업의 주식을 3~8개월간 거래하는 과정에서 2억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올린 사실을 확인하고 그 배경도 확인 중이다.

경찰은 유진그룹 측으로부터 전달된 약 6억원의 자금 중 5천만원 상당이 유진그룹 계열사 직원, 직원의 친척 등 여러 개의 계좌로 분산된 점도 자금세탁의 징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대검은 이날 김수창(사법연수원 19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특임검사로 지명, 즉시 수사팀을 편성해 수사에 착수하게 했다.

김 특임검사는 10일부터 서울서부지검에 독자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김 특임검사는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시절 조희팔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검사 비리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특임검사가 가동된 것은 그랜저 검사 사건, 벤츠 여검사 사건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검찰이 특임검사를 지명한다는 것은 경찰 수사 사건에 대한 검찰의 가로채기"라며 "경찰은 경찰 나름대로 이 사건을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검찰은 경찰의 현 수사 단계를 내사로 규정하고 있는데 경찰의 내사를 검사가 지휘할 수 없고 A검사 계좌를 빌려준 혐의로 최모씨를 이미 입건한 이상 계좌를 쓴 A검사에 대한 수사가 이미 시작된 단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A검사에 대한 수사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건을 검찰에 넘길 수 없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대검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 경찰에서는 정식 수사절차가 아닌 내사 단계에 있으므로 특임검사 수사와는 충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향후 경찰에서 규정에 따라 정식으로 수사개시 보고를 하고 수사에 착수하면 통상절차에 따라 관할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지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사건을 두고 검·경 대립이 이어질 경우 동일사건에 대해 2개 수사기관이 동시에 사건을 수사하는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경찰은 A검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차명계좌에 2008년 조씨 측근으로부터 2억원, 유진그룹 관계자로부터 6억원이 입금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A검사는 "친구와 후배 돈을 빌려 전세금 등으로 쓴 것일 뿐 대가성이 없다"면서 "직무와 관련해 혹은 대가성 있는 돈을 제3자로부터 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이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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