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개 당사국 만장일치로…면세담배 판매제한 가이드라인 채택 가능성도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비준한 176개국이 12일 서울에서 5차 총회를 열고 담배 불법거래를 규제하는 의정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17일까지 엿새간 열리는 이 회의에는 당사국 정부대표단, 참관국, 국제기구, 관련 비정부단체 등 관계자 1000여명이 참석했다.

임채민 보건복지부장관의 개회사로 문을 연 이날 총회는 마거릿 챈 WHO 총장의 기조연설과 김황식 국무총리의 축사로 이어졌다. 개회식 후 전체회의와 분과회의, 지역별 회의가 열려 의정서 채택을 위해 막판 논의를 진행했다.

FCTC는 담배가 인류에 미치는 해악에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3년 세계보건총회에서 채택된 국제협약으로, 우리나라는 2005년 이를 비준했다. 굴지의 담배 기업이 많은 미국은 FCTC에 조인했으나 비준하지는 않았다.

챈 총장은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담배산업은 최고의 과학적 증거에 도전하고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하며 관련 집단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가 담배업계와 타협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이어 축사자로 연단에 오른 김황식 총리는 "한국은 역사상 드물게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나라로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잊지 않고 기여로 보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공적원조를 현재의 3배인 3조원까지 늘릴 뿐 아니라 담배의 폐해를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2005년 협약 발효 이후 처음으로 협약 부속서로서 의정서(protocol)가 채택됐다.

지난 3월 초안 마련에 이어 이날 만장일치로 채택된 의정서는 협약 제15조 '담배제품 불법거래(담배 공급 측면)'에 관한 내용이다.

각국이 담배 제조에서 판매까지의 자국 내 공급망을 감독하고 위반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국내법상 근거를 마련토록 하며 여러 나라에 공통으로 발생하는 위법행위에 대한 국가간 공조를 위한 조치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의정서는 40개 이상 당사국에서 비준 절차를 마치면 정식으로 발효되며 발효 후 5년 이내에 당사국은 모든 담뱃갑에 원산지 및 판매지 정보가 담긴 고유 식별표시를 부착해야 한다.

5차 총회 정부간협상기구(INB)의 이언 월튼-조지 의장은 "마약이나 무기 밀매처럼 막강한 범죄조직이 담배 밀매에 개입, 대규모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이번 의정서는 이런 범죄를 근절하고 예방하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총회 기간에는 담배 수요 감소를 위한 가격·조세 정책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논의,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담뱃값에 인플레이션과 가계소득 변화가 주기적으로 반영되도록 하는 가격정책과 면세 담배 판매 제한을 권고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가이드라인이 채택되고 각 당사국이 이를 적용할 경우 앞으로 전세계 공항에서 면세 담배 판매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 무연·전자담배 등 새로운 유형의 담배 제품 규제방안과 담배농가의 대체 작물 재배 유도방안도 논의된다.

총회 마지막 날인 17일에는 2년 임기의 차기(6차) 당사국 총회 의장단이 선출되는데, 한국건강증진재단의 문창진 이사장이 서태평양지역(WPRO) 추천으로 차기 의장에 자동 출마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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