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과 다문화가정 여성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대회를 실시하였다. 1부는 유학생들의 순서였는데, 한국에 와서 문화의 차이로 인해 겪은 좌충우돌 이야기들을 엮었다. 중국에서 온 친구가 할머니뼈다귀탕을 보고 한국사람들은 할머니의 뼈다귀를 먹는 모양이라고 해서 많은 친구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필자도 관심 없이 보았던 학교 앞 간판이 새삼 외국인의 눈으로 보는 계기가 되었다. 2부는 이주여성들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애환이라고 했지만 (기쁨)보다는 (슬픔)가 중심이 된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특히 한국에 와서 이혼한 여성의 사연은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2009
년 국제결혼은 총 33300건으로 전체 혼인 건수(309759) 대비 10.8%를 차지한다. 이 중 한국남자와 외국여자의 혼인이 75.5%(25142)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결혼한다고 해서 다 행복하게 사는 것은 아니다. 2009년 국제결혼자의 이혼은 11692건으로 2008년의 11255건보다 3,9% 증가하였다. 이는 국내 총 이혼 건수의 9,4%를 차지한다. 국내 이혼 건수는 감소하고 있는데, 결혼이민자의 이혼건수는 20032012건에서 200911692건으로 5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단순히 수치상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자녀의 문제이고 다음 세대의 문제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결혼의 진정성과 심리적 접근 및 상담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레이
(가명)6년 전 베트남에서 시집온 42세의 여성이다. 베트남의 중견기업에 근무하다가 친구의 소개로 한국인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예쁘고 똑똑한 아이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희망이었던 그녀의 꿈은 오래 가지 않아 깨지고 말았다. 국제결혼으로 인한 문화의 차이와 시집살이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다.

잘 해주겠다던 남편은 시어머니와 함께 노예처럼 대했다고 한다. 식당을 하던 시집 식구들은 한국사람과는 이야기도 못하게 하고 베트남 사람도 만나지 못하게 했다.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라고 하면서 무조건적인 복종만을 요구했다고 한다. 입국하자마자 임신하게 되었고, 출산하기 1주일 전까지 식당에서 일을 했다. 출산 후 한 달부터 다시 식당에 나가 일을 했는데 육아와 식당일이 겹쳐 일을 제대로 못하자 구박이 시작되었다.

우유를 먹이겠다고 하면
옛날에는 젖만 먹여서 잘 키웠다고 하면서 젖만 먹이도록 했고, “좀더 크면 밥하고 물만 먹여도 잘 자란다고 하면서 아이에게 우유먹이는 것까지 아까워했다고 한다. 1년 후 남편이 합의 이혼을 요구했고 남편은 아기 양육권과 비행기 표를 구해줄 테니 베트남에 가서 잘 살라고 했다.

레이는
아이를 혼자 키우기는 매우 힘들고, 이혼하면 아이가 불쌍해지니 제발 이혼하지 말고 같이 살자고 했지만 남편은 이혼소송을 했고, 지금은 이주민 지원센터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법정 소송으로 아이의 양육권을 찾았으나, 아이의 병원비와 언어교육, 어린이집 보육료 등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3000만원 정도의 돈이 들어가는데 이혼한 이주여성의 몸으로 그 돈을 마련하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같다고 하소연을 하였다.

이혼한 이주여성에게는 현실이 너무도 가혹하다
. 그나마 아이가 6살이 되면서 한국어도 잘 하고 베트남어도 잘 해서 엄마로서 마음은 안정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엄마와 단 둘이 살아야 하는 이주여성의 자녀의 고통은 미래의 우리 자화상이다. 제대로 된 한국어를 배우기에 어렵고, 좋은 옷과 필요한 학용품을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할 것이다.

레이는 한국어를 잘 해서 그 날 고향에 갈 수 있는 비행기 표를 상으로 받았다
. 가슴이 아프다. 남편과 함께 갈 수 있는 왕복표를 마련했는데, 홀로 아이를 데리고 가야하는 현실이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것 같다. 문제가 없는 사회는 없겠지만 이주여성의 이혼문제는 앞으로 심각하게 접근해야 한다. 국제결혼을 장려하기 이전에 행복한 다문화사회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이 함께 좋은 방안을 마련해야겠다. <중부대 교수>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