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무관 승진자 75% 본청?서울청 소속
후속 총경인사 '지방청 홀대' 우려 커

'경찰의 별'은 지방청에서 뜨기 힘들다는 경찰 내부의 속설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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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3일 발표한 경무관급 승진 내정자 12명 가운데 9명(75%)이 본청과 서울청 소속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서는 임호선 쇄신기획단장을 비롯해, 강인철 장비과장, 박재진 여성청소년과장 등 6명이 승진했다. 서울청은 허경렬 교통안전과장과 박화진 경무과장, 이상철 경비1과장 등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방청 소속으로는 대구청 설용숙(여) 경무과장, 경기청 강성채 화성동부서장, 경남청 김임곤 수사과장 등 3명이 경무관에 올랐다.

경찰은 업무성과평가를 우선으로 지역과 입직구분별 안배를 거쳤다고 설명했으나 이번 인사에서도 '지방 홀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게 일선 지역 경찰관들의 평가다.

경찰청의 '최근 5년간 경무관 승진현황' 자료에 따르면, 5년간 전국 경무관 승진자는 모두 67명. 이 가운데 61명(91%)이 본청과 서울청 출신이었다. 지방청 소속으로 경무관 승진자는 6명에 불과했다.

충청지역의 경우 수도권에 근무하는 지역출신 경찰들의 고위직 승진은 잇따르고 있으나 지방청 소속 승진은 거의 없다.

충북청 소속으로는 2010년 이세민 당시 충주경찰서장이 개청 후 처음으로 경무관으로 승진했으며, 대전?충남청은 이종기 대전 정무부시장이 2005년 충남청 정보과장 재직 당시 경무관에 승진한 뒤 단 한명의 지방청 출신 경무관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청 내부에서는 이찬규 청주청남서장의 승진 가능성에 한껏 기대감을 높였으나 결국 '지방청 소속'이라는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이 같은 경무관 승진인사에 따라 지역 총경 승진에 대해서도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총경인사에서 무려 71명의 승진자 명단이 발표됐으나 올해는 절반 수준을 조금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승진한 총경의 절반 정도가 아직 보직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올해 또다시 지난해 수준으로 승진자를 배출할 경우 무보직 총경의 무더기 퇴직 사태도 나올 수 있기 때문.

특히 '경무관 서장'이 이끄는 중심 경찰서의 연내 시범운영 등에 따라 당초 15명 안팎으로 예상되던 경무관 인사 인원이 12명에 그치자 이 같은 분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 경찰 내부에서는 지난해 절반을 조금 넘는 40~50명 수준에서 승진자가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각 지방청에 배분될 인원은 많아야 1~2명에 불과하다.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경찰 사기를 고려해 최악의 사태는 피할 것이란 기대도 있으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충북청 역시 총경 승진자가 축소될 경우 2명 확대는 고사하고, 많아야 1명도 될까 말까 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지역 출신 경찰관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도 커지고 있다. 지역 경찰 내부에서는 지역 인사적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지방청에서 본청진출 기회나 지방청 승진자 확대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충북청 한 관계자는 "경찰 사기 문제 등을 고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1명 정도인 충북청의 총경 승진 배분인원을 줄이지는 않겠지만, 배분 인력이 늘어나긴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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