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개시 이틀째인 14일 전면 중단되는 등 시작부터 단일화 작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단일화 시한을 불과 열흘 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협상이 초반부터 암초에 부딪힘에 따라 향후 양측의 힘겨루기가 거세지면서 단일화 논의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이날 "문 후보 측의 겉의 말과 속의 행동이 다르다. 유불리를 따져 안 후보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 말고 진정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룰협상 중단을 발표했다.

안 후보 측이 문제삼은 것은 민주당 백원우 전 의원이 안 후보 측 협상단인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의 새누리당 전력을 문제삼는 글을 트위터 상에서 리트윗하고, 문 후보 측 캠프 관계자 발로 안 후보의 양보론이 언론에서 거론된 부분이다.

안 후보 측은 이날 협상 테이블에서도 이를 항의하면서 시정을 요구했고, 오후부터 협상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지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살포하는 등 조직적인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문 후보는 좋은 말씀을 하는데 후보 주변에서는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민주당 조직 전체를 동원한 세몰이도 도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 측이 협상 실무지원팀에 문 후보의 윤건영 보좌관을 포함시킨 것을 놓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윤 보좌관은 지난달 21일 친노(친노무현) 참모그룹 9명이 퇴진할 때 선대위 일정기획팀장에서 물러났지만 전날 협상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뒷말이 나오자 지원팀에서 빠졌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협상 잠정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자 당혹함 속에 즉각적인 협상 재개를 촉구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문 후보 선대위는 문 후보의 특별지시에 따라 안 후보 및 안 후보 캠프를 자극하는 발언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왔다"며 "캠프 차원에서 언론플레이를 하거나 안 후보 측을 자극했다는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 전 의원은 트윗 논란이 제기되자 문제의 트윗을 삭제하고 선대위 정무특보직에서 물러났다.

우 단장은 일부 언론의 '안철수 양보론' 보도에 대해 "캠프의 책임있는 사람은 그런 발언을 안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안 후보 측이 의심하고 있는 분도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만큼 확대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부산을 방문중인 문 후보도 기자들과 만나 "난감하다. 만약 오해가 있었다면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프 내에서는 안 후보 측이 갑작스럽게 협상을 중단한 것에 대한 서운함도 읽힌다. 최근 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며 안 후보를 따돌렸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오자 수세에 처한 안 후보 측이 `판 흔들기'에 나섰다는 비판론도 있다.

우 단장은 "언론과 공식, 비공식 만남에서 양보나 담판이 불가능하다고 해왔는데 캠프 전체가 몰고간 것처럼 한 것은 저희도 서운하다"며 "안 후보 측이 물론 불편했겠지만 협상을 중단할 정도의 사안인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양측은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도 정반대 해석을 내놓고, 새정치공동선언문 합의가 도출됐음에도 두 후보 간 일정 조율이 안돼 발표를 미루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양측이 협상 초반부터 강대강 대치 속에 정면충돌함에 따라 일정한 냉각기를 거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단일화 시한이 열흘 남짓한 빠듯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양측이 적정한 타협점을 찾아 협상을 재개하지 않겠느는 전망이 나온다.

문 후보 측은 "더이상 협상이 늦춰지면 안된다"며 "오늘 당장 재개되긴 어렵겠지만 내일부터는 다시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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