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9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처음으로 정치적 리더십이라는 시험대에 섰다.

안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파행 이틀째인 15일 최대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이날 오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사과 발언이 전해진 직후 공평동 캠프에서 기자들과 만나 "깊은 실망을 했다. 이대로 가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사실상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다.

전날 일방적인 단일화 룰 협상 중단 선언에 이어 문 후보의 사과까지 거부함으로써 안 후보는 어쩌면 파행 사태의 책임을 고스란히 혼자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안 후보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단일화 협상 테이블을 다시 펴지 않은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은 현 국면에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정치개혁 프레임을 복원시키지 못하면 단일화 급류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6일 단일화 합의 선언 이후 관심의 초점이 `문, 안 후보 중 누가 단일후보가 될 것인가'에만 모이면서 안 후보가 선점한 정치개혁 어젠더는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단일화 합의 이후 안 후보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인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내부 분석이다.

특히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한 `마그나카르타(대헌장)'로 추진한 `새정치 공동선언'마저 국회의원 정수 축소, 중앙당 폐지, 민주당의 쇄신 의지 피력 등 핵심사안에 대한 민주당의 양보 없는 태도로 마찰이 계속되자 안 후보는 상당히 언짢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안 후보는 지난 11일 단일화 협의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룰 협상의 문을 열어줬으나, 오히려 민주당은 "이제 안철수만 꺾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안철수 양보론' 등 네거티브와 조직 동원을 통한 여론몰이 등 구태정치의 본색을 드러내기에 급급했다는 게 안 후보 측이 주장하는 단일화 파행 사태의 배경이다.

안 후보 측 핵심인사는 "우리는 정치개혁, 정당개혁에 진정성이 있는데 저쪽은 `안철수와 합치는 것', `안철수를 이기는 것'에만 목적이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안 후보가 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도 못하고 정권교체도 못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위기감이 안 후보를 중심으로 캠프 내부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이 브리핑에서 "저희가 많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정말 절박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결국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 재개를 위해 문 후보에게 요구하는 것은 "말 뿐인 사과"가 아니라 정치쇄신의 강한 의지와 조치를 보여달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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