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신 사과" vs 안 "깊은 실망"

 

 

34일 앞으로 다가온 연말 대선 정국이 야권의 후보단일화 협상 파행사태로 격렬히 요동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측의 보이콧으로 중단된 야권 후보단일화 협상은 15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사과를 안 후보가 사실상 거부하면서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이로써 두 후보 진영은 이틀째 가파른 대치를 이어갔고, 새누리당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대국민 관심끌기 쇼"라고 맹비난하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중구 전국해상산업노조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혹여라도 우리 캠프 사람들이 뭔가 저쪽(안 후보 쪽)에 부담을 주거나 자극하거나 불편하게 한 일들이 있었다면 제가 대신해서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단일화 협상 곳곳에 암초는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모이자마자 중단되는 모습을 보여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는 전날밤에 이어 이날 오전 안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했다고 소개한 뒤 "아직 충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서울 올라가는 대로 상황들을 더 파악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사과 발언 이후 공평동 캠프에서 기자들과 만나 "깊은 실망을 했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단일화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며 "단일화를 경쟁으로만 생각한다면 그 결과로 이기는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염려를 끼쳐 송구하다"면서도 "이대로 가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신월동 푸른나래지역아동센터 방문을 마친 뒤 `단일화가 깨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는 기자의 질문에 "정치개혁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 캠프는 민주당발(發) `안철수 양보론', 여론조사를 앞둔 조직적인 세몰이 등을 "낡은 구태정치"라고 비판하며 책임있는 조치를 거듭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문, 안 후보 측이 내부 사정으로 불협화음을 빚고 있지만 결국은 단일화를 성사시킬 것으로 판단, 단일화 자체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은 "정치쇄신이니 하는 말은 포장용이었고 결국 야권 단일화는 한 사람을 탈락시키기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일 뿐인 만큼 양측의 대립과 충돌은 불가피했다"면서 "설령 앞으로 협상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이런 과정이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한 인사는 "야권 단일화는 본질적으로 친노(친노무현) 부활을 위한 속임수"라며 "친노 후계세력이 혼자 정권을 쟁취할 수 없으니까 안 후보를 보완재, 불쏘시개로 이용하는 프레임이 바로 단일화"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특히 문 후보로의 단일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화력을 이동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문재인 후보 서민착취 진상규명위원회' 소속 권성동ㆍ조원진ㆍ김도읍 의원은 오후 신용불량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맡았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강남 본사를 방문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권 의원은 이 자리에서 "2003~2008년 이 프로그램의 고문변호사로 선정된 약 90명 가운데 노무현 정권과 가까운 민변 출신이 32명으로 35%에 이르고, 특히 지역의 경우 민변 출신의 특정 변호사들에게 사건이 많이 돌아갔다"며 법무법인 부산의 대표변호사였던 문 후보를 겨냥했다.

대선 주자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전국보육인대회', 모교인 성심여고에서 열린 `성심 가족의 날' 행사에 참석했고, 저녁에는 건국대에서 열리는 `한국대학생포럼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젊은층과 소통을 강화했다.

부산 방문 이틀째인 민주당 문 후보는 부산상공회의소와 전국해상노조를 찾아 간담회를 가진 뒤 창원으로 이동, 지역기자 및 마산어시장 상인들과 만남을 가지며 PK(부산ㆍ경남)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무소속 안 후보는 광주MBC를 비롯한 일부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갖는 등 공중전을 강화했으며, 오후에는 신월동의 아동복지센터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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