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현 진 충북종합사회복지센터 부장

 

6년 만에 최고관리자의 비상근체제가 상근시스템으로 전환되었다.

가장 큰 차이는 매일 상사를 만난다는 점, 남성이었던 관리자가 여성으로 변화된 점, 그래서인지 사무실이 매우 화사해진 점, 직원들의 긴장도가 한껏 높아진 것 등이다.

추측컨대, 어느 사무실이나 상사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직원들이 느끼는 부담이나 태도가 달라지겠지만 이미 신입시절부터 최고관리자를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던 직원들이 매일 아침 게다가 하루 중 수시로 최고관리자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은 사무실 막내 2년 차도, 최고참 14년차에게도 적잖은 긴장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런데 그 긴장은 필자와 직원들에게 작지만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 끼리일하던 시절의 편안함과 드나듦의 자유가 이젠 편치 않아졌고, 내부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서로 눈치를 보는 일도 생긴다.

가끔 둘러보던 센터장실 청소도 하고, 옷차림도 더 단정해진다.

새로운 시선으로 기존 사업을 검토하고, 가능할까 싶던 사업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고민으로 이야기 꽃도 핀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이런 내부의 변화보다 외부의 시선이다.

안그래도 사회복지 전문가가 넘쳐나는 시대, 일부는 필자가 일하는 기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다.

물론,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 보다는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지원하지 않는 외부 환경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기관을 운영하는 실무책임자로서 적잖이 무게가 느껴지는 일이었다.

외부의 비판과 내부 자성의 결과로 새로 부임하게 된 우리 기관의 최고관리자는 그래서 매우 힘들지 싶다.

사회복지사업이 특히, 지역사회복지 영역이 힘들게 느껴지는 건 손에 잡히지 않는 무엇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한 아동복지,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복지,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복지, 여성들을 위한 여성복지 등은 명확한 대상자를 가지고 있고, 각각의 영역별로 마련된 사업지침서나 매뉴얼을 통해 일할 수 있어 그나마 나은 형편이지만 다른 영역에 비해 지역사회복지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만 딱 맞는 대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게 많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계, 수많은 시설과 기관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를 증진해서 지역을 발전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지역사회복지의 목표라 할 수 있는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성과로 제시한다는 것은 측정도 어렵거니와 무엇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지 판단이 어려운 매우 요원한 일이 되기 쉽다.

힘들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단시간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데 있다.

사회복지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적응을 돕고, 사회적 약자들의 욕구와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실천하는 지역사회복지는 아주 모호하며, 그 모호함은 아무리 일을 해도 일정한 기간 동안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게 만든다.

지역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우리가 한 일을 아무리 설명해도 그래서 몇 명이 얼마의 혜택을 입었는가에만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그 기준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위탁기간에 얽매여 주어진 2년 반이라는 시간은 결코 지역이 원하는 성과를 보여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도 있다.

새로 투입된 우리의 최고관리자는 많은 사람을 만나 조언을 듣고, 20년 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무언가 하고자 하지만 부딪힌 현실이 녹록치 않다. 밤에 잠을 못자는 듯도 하고, 그동안의 생각을 한꺼번에 쏟아낼 땐 그것을 현실화 시켜야 하는 실무책임자로서 필자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 변화가 그리 나쁘지 않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지만, 요즘은 도태 수준을 넘어 즉사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힘든 상황, 힘든 시기에 목숨 걸고 뛰어든 그녀의 용기에 감사한다.

그녀는 입버릇처럼 영리하게 일하자를 말한다. 그동안의 한 일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잘 알리지 못해서,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지 않아서 외부의 비판을 받은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영리하게 일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동안은 그냥 우직하게 일만 해 온 것이니, 그 일을 다시 영리하게 세상 밖으로 꺼내 제대로 평가 받을 기회가 온 것이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그 길에 든든한 관리자를 만나게 된 건 큰 행운이다.

여전히 앞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겠으나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 글을 계기로 그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고자 다짐한다. 당분간은 날 선 비판보다 함께 노력하고자 하는 지역사회의 응원과 지지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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