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담배 등 수십만원 어치 계산 안하고 들고나와"

 

 

중국 베이징에 수학여행을 온 한국 고교생들이 편의점에서 술, 담배 등 수십만원 어치의 물건을 들고 달아나려다 붙잡히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18일 경화시보에 따르면 15일 오후 6시30분께 차오양구 하오린쥐 편의점에 한국 남자 고교생 30여명이 들어가 맥주, 담배, 과자 등 물건을 무더기로 갖고 나왔다.

이들은 인근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물건을 사려고 잠시 편의점 앞에 내린 상태였다.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던 여종업원 황모씨는 학생들을 쫓아 나와 거리에서 울부짖으며 "강도야"라고 외치고 공안에 신고했다.

행인들이 학생들과 버스를 에워싼 사이 공안이 도착했고, 공안은 버스 안을 수색해 맥주, 담배, 과자 등 1740위안(약 30만원)어치의 물건을 발견했다.

공안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행단 책임자는 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사과하면서 물건값으로 2000위안을 치렀다.

여종업원에게는 '정신적 피해 배상액' 2000위안과 두달치 월급 등 8000위안(약 14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를 봄에 따라 공안은 현장에서 사건을 종결했다.

여종업원 황씨는 경화시보와 인터뷰에서 "건장한 남자들이 가게로 들어와서는 한국말로 시끄럽게 떠들다가 물건을 들고 문밖으로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크게 보도되면서 파장이 커지자 베이징시 공안은 "여행단 가이드가 (여러 사람 몫을) 한꺼번에 계산하겠다는 말을 제때 하지 않아 생긴 오해로 빚어진 사건"이라며 "이미 물건값을 치르고 사과를 함으로써 서로 합의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많은 중국 누리꾼들은 공안이 노골적으로 외국인 봐주기를 하고 있다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버스 안을 수색하고 나서야 편의점에서 가져온 물건들이 발견된 상황에 비춰볼 때 애초부터 학생들이 돈을 치를 생각이 없었는데 한국 학생들의 해명만을 받아들여 사건을 덮었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합의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중국은 법치국가가 아니었던가, 만약 중국인이 강도질을 했으면 어떻게 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 인터넷에서는 한국인들을 싸잡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글도 많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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