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경선ㆍ단일화 국면서 끝없는 사퇴압박 끝에 중도하차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가 취임 162일 만인 18일 당권을 내려놓았다. 동시에 지도부 총사퇴 결의로 이 대표 체제도 막을 내렸다.

이 대표 등 지도부는 지난 6.9 전대에서 12월 대선을 진두지휘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출범했지만 본선이 시작되기도 전인 단일화 국면에서 중도하차한 것이다.

지도부 총사퇴는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간 교착상태에 빠진 단일화 협상의 물꼬를 다시 트기 위한 것이다.

안 후보 측이 문 후보 측의 조직동원, 흑색선전 등을 이유로 시작 하루 만에 경선룰 협상을 중단한 상황에서 파행 상태를 돌파할 국면 전환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 제기된 지도부 사퇴론의 핵심에는 이 대표가 있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문 후보 뒤에서 수렴청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끝없이 제기됐다.

안 후보 측마저 민주당의 계파정치를 비판하고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인적 쇄신을 간접적으로 거론하며 사실상 친노(친노무현) 책임론과 함께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은 6.9 전당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로 짜인 '이-박 역할분담론'은 비노(비노무현), 반노(반노무현) 진영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 대표 체제에 대한 반발은 당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과정에서 극에 달했다.

문 후보가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제주 경선에서 예상을 깨고 압승하자 비문(비문재인) 주자들은 당 지도부의 불공정한 경선관리를 문제 삼았다. 이 대표가 문 후보에게 유리한 경선룰을 만들어 편파적인 경선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문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뒤에는 인적 쇄신론이 다시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정치쇄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안 후보에게 문 후보도 정치개혁 의지로 화답하는 과정에서 제도적 쇄신과 함께 인적 쇄신의 칼끝이 이 대표로 향했다.

 

문 후보는 이 대표를 사실상 '뒷방'인 고위전략회의에 배치하는 등 배제없는 '용광로 선대위'로 돌파를 시도했지만 문 후보가 설치한 '새로운정치위원회'에서조차 이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론을 꺼내들어 궁지에 몰렸다.

이 대표만 사퇴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결국 지도부 모두 공동책임을 지는 총사퇴로 결론이 났다. 한 최고위원은 "사퇴를 한다면 총사퇴로 가야한다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다만 박지원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회기 중임을 감안해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사의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 후보에게 이런 의사를 전달하고 17일 밤 최고위원회의 소집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퇴 회견문에서 '백의종군'을 거론한 대로 지역구인 충청권 등을 돌며 선거 지원을 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는 단일화의 밀알이 되겠다며 총사퇴를 결의했지만 안 후보 측으로부터 인적 쇄신의 대상으로 분류된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당 지도부는 회견문에서 "민주당을 구태정당으로 지목하고 이 사람들을 청산 대상으로 모는 것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라며 "안 후보도 이분들을 존경한다고 하신바 그 마음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이날 오후 안 후보의 광주 기자회견에 앞서 총사퇴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안 후보에게 떼밀리는 형태로 물러나진 않겠다는 반감과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