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수 길 논설위원·소설가

 

 

선거 때 마다 풍성한 공약이 허공중에 애드벌룬처럼 뜬다. 애드벌룬은 주목성이 큰 홍보수단이지만, 선전기간이 지나면 용도폐기다. 민심의 이목을 끄는 선거공약 역시 선거기간이 끝나면 유야무야다. 그래서 애드벌룬과 선거공약의 공통점은 주목성과 단명성이다. 결코 그래서는 안 되지만, 숱한 선거를 치러 본 유권자들은 그걸 수긍할 수밖에 없다.

대선 유력 3후보가 띄운 애드벌룬, 큰 공약은 3가지로 묶여진다. 경제민주화, 일자리, 복지다. 선두를 다투며 내놓은 총론이나 뒤늦게 내놓은 각론이나 후보 간 상호구별이 어렵다.

경제민주화는 자칫 대기업 때리기 같고, 일자리 확충은 세금 쏟아 붓는 일회용, 소모성이 다분하고, 복지는 옹달샘 물로 박토에 만화방창한 지상낙원을 만들겠다는 허풍 같다.

전 세계에 연매출 200조원을 돌파한 기업이 13개인데, 한국에는 아직 한곳도 없단다. 삼성전자가 금년에 200조원 달성가능성이 있다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그래도 그만한 대기업 몇 개는 더 키워야할 판인데, 대선 3후보는 경제민주화란 회초리(?)를 들고 때릴 준비나 하고, 일자리창출, 근로기회, 임금불균형해소는 기업투자확충과 거대노조의 기득권양보가 우선일 테지만, 불황에 몸살 앓는 기업은 때리고, 목에 힘이 꽉 든 노조는 못 건드린다.

복지라는 게, 마실수록 갈증이 나는 단물 같은 건데, 재원조달이 가능한 적정선을 넘었지만, 소금물 한 잔으로 우선 갈증을 면하고 좀 더 인내하자는 공약은 안한다. 표 떨어질 걱정 때문이겠지만, 표 얻어 당선 된 뒤에는 누구도 감당이 안 될 거라는 걸, 유권자들은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공약은 허공에 뜬 애드벌룬처럼 단명하다는 것이다.

선심공약은 풍성 한데, 정작 다리 뻗고 맘 편히 살 방도를 제시한 공약은 찾기 어렵다. 과거사와 독도문제로 앙금이 가시지 않는 일본, 동남아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 그 틈바구니에서 외교 균형을 어떻게 잡아갈 것인지. 응징에도 달래기에도 효과가 없는 대북전략은 어떤 것인지, 국민이 안심할만한 안보 공약은 허술하다.

1989100만건이던 범죄발생 건수가 2005년에는 200만건으로 늘었다. OECD 34개국 중 살인범죄 6, 성폭행범죄 13위가 한국이란다. 34위인 일본에 비해 부끄러운 등위다.

이런 불명예, 불안한 치안을 어떻게 다잡아갈 것인지, 그 대책을 내놓은 공약 역시 없다. 대문 밖은커녕 안방이 불안한 형편에 선심복지가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을까?

양식 있는 유권자들은 이제, 복지타령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게다가 일부 후보가 특정계층 혹은 소수의 지역민심에 영합하여, 추진 중이거나 완성단계에 이른 거대 국책사업을 중단하거나 되돌려 놓겠다는 주장을 펼치는 데는 아연할 수밖에 없다.

한미 FTA협상, 제주해군기지건설, 4대강사업. 모두가 엄청난 산고와 재원을 투입한 사업이다. 말은 달라도,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검토 없이 이걸 도루묵으로 만든다면, 국가신뢰에 금이 가고, 투입재원 수조원이 날아갈 판이요, 그 후유증이 어떻게 나타날지 모른다. 더구나 한미 FTA협상이나 제주해군기지건설 사업은 전 정부에 이은 계속사업이다. 착수당시에 역할의 일부를 수행한 인사들과 후보가, 이제 와서 뒷말 하는 건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정치혁신의 애드벌룬을 띄운 야권의 두 강자가 벌이는 후보단일화협상도 초반부터 삐걱거린다.

단일화-본선승리-정권쟁취. 만일 그 가상의 드라마가 표몰이에 성공한대도 삐걱소리는 계속되지 않을까. 이질조합(異質組合)의 정권이 연리지락을 누리고, 거대야당(?)과 상생의 정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권력균형, 요직분점, 그 뒤에 선거유공자를 자처하는 이들의 떡고물 싸움이 요란하지 않을까, 혁신은커녕 구태(舊態)답습의 전조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저명한(?) 정치가 학자, 관료출신인사 중, 근신하는 이들은 소수고, 너도나도 대선 각 진영에 감투 한두 개씩 쓰고 참여하는데, 국정전망, 민심방향을 그렇게 못 짚나 싶다. 국태민안이란 상식을 버리고, 헛바람 든 애드벌룬을 띄워 표심에만 전전긍긍하는 탓이지 싶다.

국내외 상황이 이런데, 국민의 세 부담 능력과 협력을 바탕으로 공약의 최대 가능치는 이런 것이니, 타 후보에 비해 미약하지만, 기필코 달성하겠다. 이보다 더 신뢰로운 공약, 능력 있는 후보가 있다면 그를 택하라, 이렇게 자신(自信)있게 자신(自身)을 유권자에게 맡길 후보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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