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디올은 너무 평범해” ‘조말론’·‘딥티크’에 열광

 

 

 

샤넬 ‘No.5’나 디올 ‘쟈도르’가 최고 인기인 줄 안다면 향수에 무관심하다고 자인하는 셈이다. 한국 여성이 장미향이나 시트러스향을 가장 선호한다고 생각한다면 향기에 관한 한 당신은 구식이다.

18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향수 시장은 기존 명품 브랜드를 뛰어넘는 프리미엄 향수들이 연 30% 이상 성장률을 보이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20~30대 여성, 조말론과 딥티크에 열광

최근 국내 향수시장은 딥티크나 조 말론 런던 같은 프리미엄 향수의 인기가 뜨겁다.

지난 8월 프랑스 브랜드 르라보와 영국 브랜드 조 말론이 국내에 진출했고, 아모레퍼시픽이 인수한 프랑스 브랜드 아닉 구딸도 백화점에 문을 열었다.

불과 18년 전인 1994년 영국 조향사 조 말론이 시작한 향수 브랜드 조 말론은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기존 향수 편집 매장의 절반을 차지하며 단독매장을 냈다. 공식 개점일 하루 전에 실시한 프리오픈에는 구매객이 몰려 1인당 구입량을 제한할 정도였다.

르라보는 핸드메이드, 즉석 제조를 표방하며 인기몰이중인 미국 브랜드다. 국내에는 인기 제품 위주로 완성품이 수입된다. 고객이 원하는 이름과 메시지를 매장에서 즉시 프린트해 라벨로 붙여주는 ‘맞춤형 라벨’ 서비스가 특징이다.

이밖에 크리드, 딥티크, 펜할리곤스 등이 단독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1년간 세르주루텐, 메모, 더디퍼런트컴퍼니 등의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했다.

●‘유니섹스’, ‘향기 라이프스타일’ 추구

향수 매장은 여러 브랜드를 모아 놓은 편집매장 형태로 운영됐지만 향수 인기가 높아지면서 독립 매장이 부쩍 늘었다. 명품 쇼핑공간으로 유명한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화장품 매장 입점 브랜드 34개 가운데 8개 브랜드가 향수 단독 매장이다.

향수 소비가 늘면서 취향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 한국에서 인기 있는 향수가 달콤하고 가벼운 로즈, 시트러스, 피치 계열이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레진, 머스크 등 무거운 향이나 동양적인 향이 가미된 다양한 향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남녀 구분이 희미해지는 것도 요즘 ‘뜨는’ 향수의 트렌드다.

프랑스 브랜드 크리드의 200여종 향수는 전부가 남녀 겸용이며 조 말론과 르 라보도 유니섹스 향수 제품 10~20종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의 또 다른 특징은 퍼퓸이나 오드퍼퓸 같은 몸에 뿌리는 향수뿐 아니라 바디로션과 목욕 오일 등 바디 용품, 더 나아가 향초와 룸 스프레이 등 생활용품 전반의 향기 제품을 갖춘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향수 업계 관계자는 “향수에 대한 인식이 ‘기능성’ 또는 ‘패션의 일부’에서 ‘감성 만족’ 또는 ‘향기로운 라이프스타일 향유’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화장품 대기업도 향수사업 본격 진출

지난 2010년 기준으로 국내 향수시장은 전체 화장품 시장(9조원)의 5% 선인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제 성장을 시작한 단계여서 화장품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여겨진다. 특히 10만원대 이상의 고급 향수 시장은 최근 2년간 백화점을 중심으로 고성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년간 주요 백화점에 입접한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별로 30~60%씩 매출이 성장했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대기업도 향수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4일 향수 브랜드 ‘스티븐 스테파니’와 ‘코드 온’을 선 뵈며 향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스티븐 스테파니는 천연향을 주성분으로 하는 유럽 취향의 프리미엄 향기 브랜드를 표방하며, 코드 온은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을 겨냥해 개발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에 앞서 작년 8월 프랑스 향수 브랜드 ‘아닉 구딸’을 인수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차별화된 ‘나만의 향’을 원하는 한국 소비자들이 향기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며 “향수는 기존 명품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거의 없어 국내 브랜드의 성장 잠재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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