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보는 가을철 단풍

리 임 원 시인·연변문화예술 연구소장
 
 한국 충청북도로 찾아가는 기분은 지금도 어린 시절 고대하던 방학을 맞아 외할머님이 살고 계시는 룡정으로 달려가는 소꿉시절 학생의 그런 들뜬 분위기와 같다.
해마다 10월이면 동양일보사의 초청으로 중국내의 동포문인들을 인솔해서 충청북도로 방문가는 길은 함께 떠나가는 동행들에게는 호기심으로 푹 젖는 걸음이지만, 나한테는 남다른 설레임과 기대감이 교차되는 행차길이다.
나에게는 충청북도순회문학행사에 찾아오는 이유가 따로 있다.
정확하게 20년전, 중한수교가 이루어지던 그해 당시 연변일보 기자의 신분으로 첫 한국방문을 시작으로 오늘까지 30여차례 다녀왔지만 20여차는 가을에만 다녀왔다. 해마다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이 오기 시작하면 저도 모르게 은근히 기다려지는 행사가 있으니 그것이 다름 아닌 동양일보가 펼쳐가는 충청북도 순회문학제’(전에는 명사시랑송회’)이다.
한국은 가을이 아름다운 나라이다.
9월말부터 강원도 설악산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하루에 1.1km씩 남하하여 속리산이며 내장산을 빨갛고 노랗게 물들이다가 11월 중순이나 말경에 제주도 한라산에 와서 막을 내린다고 한다. 정서가 유달리 많은 한국인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가을철 주말이면 도심을 비울만큼 산으로, 자연으로 단풍구경을 떠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자연에 못지 않게 단풍보다 더 예쁜 또 다른 풍경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10월이면 충청북도 곳곳에서 펼쳐지는 시랑송행사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연변은 한반도의 제일 북단, 함경북도 두만강시나 백두산과 린접한 곳으로 9월말에 찬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열흘안팍에 나뭇잎들이 말끔이 떨어지고 만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너무나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아름다운 가을은 우리들에겐 그냥 한폭의 황홀한 풍경화이고 절경이기도 하다.
또 중국에서는 10월이면 기관들이나 행정부서들에서 일년동안의 일을 거의 마무리하는 단계이다. 그리고 새해의 일들을 구상하는 시간대이다. 이런 시기에 한국에 찾아와서 잠시나마 시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서 찌들었던 마음의 먼지를 가셔내고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간을 되돌아 보고 성찰하는 여유를 가진다는것이 얼마나 멋지고 폼나는 일인가,
충청북도에는 청년 시절, 문학에 열광하던 그 나날에 내가 가장 숭배하고 나의 문학에 자양을 뿌려주었던 많은 문인들이 태여나고 활동하던 빛나는 고장이기도 하다. 정지용, 조명희, 조벽암, 홍명희그외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문인들을 배출한 충북은 나를 외면하지 않고 늘 따뜻하게 반겨주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충북을 찾는 또 다른 이유는 내가 그리워하는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4세로 중국국적을 가지고 55년동안 연변에 살고 있지만 충청도에는 내가 평소 그리워하고 또 나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철호회장님을 비롯한 동양일보사의 여러 그리운 얼굴들, 청주서원경교회의 장석연목사님, 가경어린이집 민철기이사님, 수년째 해마다 우리들한테 맛갈나는 밥을 사주시고 환대해주시던 시장·군수를 비롯해서 비록 자주 교체되긴 하지만 늘 한사람같이 반겨주는 여러각 지역의 기관·단체장들, 그리고 지역의 수많은 밝고 따뜻한 얼굴들, 모두들이 한결같이 부모님같으시고 형제와 같으시고 자식같으시다.
기실 우리는 서로 같은 동포라고 하여도 60년간 다른 이데올로기와 문화적 환경속에서 생활하다보니 많은 방면에서 이질감이 생겨났지만 이제 그런것들은 점점 축소되고 동질성을 회복해가고 있는중이다.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동양일보>10여년째 추진하고 있는 중국동포문화예술인한국방문단 초청작업이다. 조철호회장은 <정신적인 로동에 종사하는 중국동포들을 초청하는 이유가 바로 그들에게 우리의 문화와 정신을 먼저 심어주기 위한것이다>라고 초청취지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눈앞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게 된다>는 말이 있다
충청북도는 어느덧 나의 마음 가장 가까운 근저에 와있다.
내년도에도 후년에도 또 한국 충청북도를 다녀가고 싶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시가 있고 아름다운 풍경이 있고 그리운 사람들이 살고있기 때문이다.
 
*위 글의 표기는 원문대로 임.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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