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 속 네거티브전쟁 본격화할 듯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3일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12월19일 치러지는 18대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對)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양자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역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여야, 보수와 진보가 격돌하는 양자 구도가 된 것이다.

안 후보의 사퇴로 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서 '안개'가 걷힌 대선판에는 이제부터 불을 뿜는 대혈전이 벌어질 태세다.

25∼26일 후보등록을 거쳐 27일 공식선거운동에 들어가면서 대권고지를 향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질주가 벌어지는 것이다.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새누리당과, 5년만에 정권을 탈환하려는 민주통합당은 당력과 물량을 총동원하는 '22일의 열전'을 치르게 된다.

◇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 =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맏딸인 박 후보와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 후보의 대결은 불가피하게 '박정희 대 노무현'의 구도를 만든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를 '실패한 정권'으로 몰아붙이면서 실패한 정치세력의 재집권 시도를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대선전을 몰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 등을 고리로 문 후보의 안보관 논란을 점화시키는 동시에 참여정부에서 일어났던 '집값폭등', '세금폭탄', '대학등록금 인상' 등이 현재 민생고의 진원이었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민주당은 박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을 부각, 박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권위주의의 과거로의 회귀라고 주장하며 대대적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영남학원, 한국문화재단을 박 전 대통령에 의해 '강탈'된 4대 재산으로 규정하는 한편 5.16쿠데타, 유신시대에 대한 역사인식을 다시 도마 위에 올려놓으면서 박 후보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 모두 '새 정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지향적 공약을 쏟아내겠지만 불꽃튀는 이런 공방전 속에서 얼마나 호소력을 가질 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외없이 이번 대선도 네거티브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안풍(安風) 유지될까, 꺼질까 = 여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외면에서 시작된 `안철수 바람'은 여전히 대선판의 변수로 남는다고 볼 수 있다.

안 후보가 주자군에서 빠진 상황에서 `안풍'이 파괴력을 가질지, 그 반대로 급격히 위축될 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키 어렵다.

안 후보는 "이제 (야권의)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며 자신은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단 그가 대선국면에서 어떤 형태로든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의가 달리지 않는다.

그러나 강도와 방식은 미지수이다. 적극적으로 문 후보를 지원할 지, 아니면 소극적으로 임할 지는 두고봐야할 대목으로 남아 있다.

안 후보가 지지세가 강한 수도권 등지에서 문 후보를 위한 지원유세에 나서거나, 문 후보와 동반유세를 다닌다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는 반면 작년 10ㆍ26 재보선이나 지난 4ㆍ11총선 때처럼 입장발표 등으로 `지원사격'을 하는 수위라면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게 대체적 관측이다.

안 후보의 사퇴에 대한 고정 지지층의 반응도 변수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내주 초부터는 문 후보의 지지율이 서서히 상승할 것"이라며 "안 후보의 지지층 이탈은 막았다"고 평했다.

안 후보의 지지층 상당수가 문 후보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당분간 부동층이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후보단일화 과정의 우여곡절에 대한 실망감과 안 후보의 `퇴장'으로 그의 지지층 상당수가 문 후보 지지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깔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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