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18대 대통령 선거가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한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자 대결 구도로 진행돼 온 이번 대선은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을 벌이던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전격 사퇴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간 양자 대결로 굳어졌다.

안 후보는 자신의 후보직 사퇴에 대해 문 후보와 단일화 협상으로 대립하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뤄내겠다는 약속과 어긋나는 만큼 스스로 후보직 사퇴를 통해 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새로운 정치 실현을 천명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지 66일만에 단일화 협상 논란에 부딪혀 스스로 새정치를 포기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이 국민에게 천명한 새정치 실현과, 야권 단일화 약속 중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거운 일인지를 가늠하지 못하는 정치 신인의 치기어린 행태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애당초 정치적 가치와 신념과는 상관없이 정권 쟁취에만 혈안이 된 야권 단일화라는 명분 자체가 새정치와 부합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한 데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두 후보의 이기주의적 행태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자 결국 자신이 주창한 새정치를 내팽개친 채 숨어버린 꼴이다.

안 후보의 사퇴는 가뜩이나 정책공약은 실종된 채 정치논리만 판치는 대선 구도에 또다른 정치논리만 던져준 셈이다.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이번 대선에서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정책적 비전과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산발적이고 추상적으로 내놓은 정책공약에 대한 검증 시간도 부족하다.

다만, 보수 대 진보라는 정치적 이념대결, 유신정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과 실패한 문민정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라는 상징적 대결, 여성 대 남성이란 관심 구도 등 정책과 인물에 대한 평가 기준과는 거리가 먼 정치논리만 판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도 정책공약을 통한 지지층 확보보다는 이같은 정치논리를 통한 반사이익을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3강 구도로 진행돼 온 판세 속에서 안 후보의 사퇴에 따른 정치적 득실만을 따지는 모양새다.

이런 구도 속에서 국민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판단하고, 무엇에 기대를 걸고, 무엇을 신뢰하며 지도자를 택해야 하는가.

이념이나 상징성보다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통해 국리민복의 정치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기를 갈망하는 수많은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정치, 변화의 정치라는 말인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무관심이 갈수록 증폭되는 이유가 당리당략과 정치논리에만 함몰된 정치권의 행태 때문임에도, 아직도 이를 깨닫지 못하는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요구할 수 있는지 답답한 일이다.

이제라도 소모적인 정쟁을 탈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담보한 정책공약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는 대선 후보로서 냉철한 평가와 판단을 받기를 촉구한다. 그것이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정치임을 깨닫기 바란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