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즐거움흠뻑 느끼게 해줄만한 시집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뚝 떨어진 날씨 탓에 야외 활동이 어렵다면 시집을 읽으며 겨울을 맞이하는 것도 좋겠다. <편집자>
 
 
일상의 소소한 감정 나열한 민들레치과
충남 예산 출신 김은숙 시인이 첫 번째 시집을 발표했다.
그리움’, ‘등을 키워드로, 자신의 내면을 아련한 이미지로 채색하기도 하고 길을 쫓아가기도 한다. ‘이가 촘촘히 박힌 민들레꽃이 탐나 치과에 찾아간 날, 마취주사 한방에 아프다는 말 한 마디 못하고 노란 똥을 싸야했다. 붉은 혈관을 타고 노랗게 흐르던 피, 한참을 흐르고서야 온전하게 꽉 움켜주리 수 있었던 신경 줄, 한동안 시달렸던 통증 여기저기 하얀 씨앗 묻어놓고 두고두고 씹어 보는/쌉쌀하거나 노랗고 하얀 말. . .’
표제시 민들레 치과전문이다. 김 시인은 일상에서 느낀 소소한 감정들을 시집 한 권에 풀어 놓았다.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세계 각지를 오가며 기록한 운문일기
김선향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사장이 1998년부터 14년간 쓴 시 100편을 모았다.
남편인 박재규 전 통일부장관이 프랑스 시라크재단에서 분쟁방지상을 받을 때 동행했던 일과 평양 등 세계 각지를 오갔던 일을 차근차근 운문으로 기록했다.
병상에 오래 누워 있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손자 손녀로 이어진 가족에 대한 기쁨이 시집 곳곳에 스몄다.
최동호 시인은 거칠고 소란한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삶을 정화시키고자 한 오랜 노력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시에대한 두보의 사불휴열정을 기리며
올해는 이백과 함께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꼽히는 두보의 탄생 1300주년이다. 자신의 시가 독자를 놀라게 하지 못하면 죽어서도 계속 고치겠다는 두보의 말 사불휴(死不休)’는 시에 대한 시인의 열정을 보여준다.
한시를 잘 모르는 독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의 제목을 가능한 한글 제목으로 순화했고 시의 원문보다 한글 해석을 먼저 배치했다.
두보독회회원 저자들이 일곱 번째로 펴낸 이번 책은 두보와 그의 시에 대한 해설서다.
 
 
1200년전 그녀의 발자취 완역 설도시집
중국 당나라 최고의 여성 시인으로 평가받는 설도(770?~832?)의 시를 국내 처음으로 완역했다.
시인이자 기녀였던 설도는 여덟 살 무렵에 시를 지을 정도로 문재가 뛰어났으며 기녀가 된 뒤에는 백거이 등 당대 최고의 문인들과 교류했다.
이 책에는 설도가 지은 시로 확증할 수 있는 시 88수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시 8수 등 96수가 실려 있다.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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