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 고용ㆍ광고 조기 집행ㆍ좋은 메신저 선택ㆍ유권자 직접 접촉 - 미국오바마 대통령 승리로 이끈 짐 메시나 재선캠프 본부장 조언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려면 이렇게 해보라"

대선을 앞둔 후보나 참모들이라면 귀가 솔깃해질 말이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미국 대선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여기 그런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캠프의 짐 메시나(43) 본부장이다.

메시나는 지난 11ㆍ6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압승(선거인단 332명 대 206명)을 거두게 한 `재선 일등공신'이다.

지난 1995년 민주당 상원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메시나는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후보 비서실장과 2009년 1월∼2011년 1월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을 지냈다. 백악관 부실장 사무실은 대통령 집무실로부터 정확히 41발짝 떨어져 있다. 창문도 없다. 오바마가 언제든 들를 수 있고 말을 건넬 수 있다. 메시나는 가장 가까이에서 오바마를 보필했다.

그는 2011년 2월 일찌감치 백악관에서 나와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 캠프를 꾸리고 24개 도시를 돌며 `큰손(고액 후원자)'들을 만나 선거자금을 모았다. 또 자료 분석팀 등 조직을 정비하는 등 재선캠프 본부장으로 올해 선거운동을 총괄했다. 오바마 진영이 모금한 선거자금은 미 대선 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한화 1조849억원)를 돌파했다.

메시나는 최근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주최한 조찬 모임에서 "이번 선거는 어떤 후보가 무슨 메시지와 비전으로 국가를 이끌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면서 "오바마가 이긴 것은 홍보 티셔츠나 자동차 범퍼에 붙이는 선전 스티커 때문이 아니었다. 수백만명이 오바마를 깊이 신뢰하고 온라인으로 그를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메시나가 대선을 진두지휘하면서 배운 교훈과 오바마 승리 요인을 소개한다.

●판세를 정확히 분석하라= 오바마 지지율에 거품이 끼었다거나 롬니가 앞선다는 등의 여론조사가 나올 때 우리(오바마 캠프)는 그런 조사가 어디서 잘못됐는지를 데이터를 중심으로 철저히 해부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이 조사비용이 많이 드는 휴대전화 이용자를 조사대상(샘플)에서 뺐다. 휴대전화는 오바마의 핵심 지지층인 청년과 히스패닉(중남미계 이민자) 등 소수계의 유일한 접촉 포인트였음에도 샘플에서 배제함으로써 롬니에게 유리한 수치들이 나왔다.

2008년에 이어 올해도 대선을 거의 완벽하게 맞춘 선거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보도채널 MSNBC 인터뷰에서 "휴대전화 사용자가 전체 인구의 30%를 넘는다. 이들이 주로 도시의 젊은 층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며 "휴대전화 사용자를 조사하지 않은 여론조사는 공화당 쪽으로 기울었다"고 지적했다. 실버는 "저울(샘플)에 손가락을 대지 않고 유권자층에 관해 추정하지 않은 여론조사가 가장 성공적(정확)이었다"고 평했다.

또 우리는 조기투표 표차가 최대 경합주(州)인 플로리다 0.2%포인트 등 전체적으로 1%포인트 미만이 될 것으로 계산했다. (참고:조기투표는 선거일 전에 군인 가족이나 국내외 출장 사업가, 노약자 등이 편리한 날을 택해 미리 투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올해는 50개주 가운데 34개주와 워싱턴DC에서 3천231만여명이 참여했음)

●스마트한 사람을 써라= 오바마 캠프에서 비공식 고문역을 맡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나(메시나)에게 "똑똑한(smart) 사람을 고용하라. 정치적인 타입(type)이 꼭 스마트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슈미트는 "스마트한 사람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래서 선거 캠프에서 한 번도 일해 본 적이 없는, 온라인 티셔츠 판매회사 임원인 하퍼 리드(34)를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영입했다. 60명으로 짜인 기술팀은 유권자와 자원봉사자에 관한 모든 정보를 통합하는 `나왈(Narwhal)'이나 수많은 측정치를 한눈에 알아보게 하는 `대시보드(Dashboard)'와 같은 새로운 분석시스템을 개발해냈다.

나이에 관계없이 똑똑한 사람을 고용하고 예산과 지원을 아끼지 않되 시한을 주고 책임을 물으면 그들은 위대한 뭔가를 만들어 낸다. 데이터 담당 요원은 여론조사, 지출ㆍ모금ㆍ광고, 직접 방문 등에 관한 정보를 추적하는 수천 개의 통계모델을 운영하면서 엄청난 자료를 대량으로 고속 처리했다. 기술팀이 자료를 바탕으로 추진한 기부금 요청은 광고용 우편물보다 모금액에서 14% 많았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동층 유권자를 찾아내 투표하도록 하거나 자원봉사토록 하는 데도 일조했다.

●매스 마케팅은 끝났다= 과거 선거운동의 대명사였던 `대량 홍보(Mass Marketing)'를 축소했다. 10년 전만 해도 보통의 유권자는 저녁 뉴스를 통해 후보에 관한 정보를 대부분 얻었으나 지금은 인터넷ㆍ모바일ㆍ소셜미디어 등 15개의 다른 소스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텔레비전이 여전히 지배적인 매체이지만 온라인이 매우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적어도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그렇다. 차기 대선에서는 누가 선거 캠프 본부장이 되든 온라인 선거운동 비중을 얼마로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대시보드 자료를 개인 맞춤형 선거모금과 온라인 광고에 활용해 많은 성과를 올렸다. 오바마 캠프는 2008년 트위터 하나로만 메시지를 보냈지만 올해는 전담팀을 두고 페이스북ㆍ텀블러와 같은 소셜미디어까지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온라인 모금(기부)액은 7억달러(약 7500억원)로, 4년 전보다 2억달러 많았다.

●광고를 하려면 빨리해라= 롬니 캠프의 최대 실수 중 하나는 지난여름 내보낸 수많은 TV 광고에서 롬니의 비즈니스 경력을 빼고 오바마 캠프의 공격성(네가티브) 광고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라 공화당 사람들이 지적한 것이다. 우리는 선거운동 막판에 돈이 모자라도 초반에 광고비 등 자금을 집중 쓰기로 했다. 반대로 롬니 캠프는 유권자들이 선거 초반엔 관심을 두지 않으니 후반 등 중요한 시기에 돈을 풀자는 쪽이었다.

오바마를 지지하는 정치외곽단체(슈퍼팩)가 마구 틀어댄 광고는 유권자에게 롬니의 부정적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줬다. 롬니는 선거를 불과 14일 남겨 두고 오하이오 등지에서 방어 차원의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TV 광고를 일찍 하는 게 중요하다는 우리의 판단이 옳았다.

●유권자를 직접 만나라= 선거운동에서 가장 중요하고 아직도 통하는 것은 옛날 방식의 문 두드리기(door-knocking)이다. 모든 유권자를 만날 수 있는 `마법의 장소'가 있는데 그건 바로 유권자의 문(門)이다. 우리는 롬니에 미온적인 사람들까지 포함해 지지자를 모으고, 오바마 지지와 투표 이유에 관해 서로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오하이오 등 경합주(州)에선 이발소와 미장원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오하이오에서 흑인 투표율이 2008년보다 4%포인트 높았고 승리의 발판이 됐다.

가장 좋은 유권자 접촉 방법은 타향 출신의 캠프 요원 대신 이웃의 개인 문제와 투표성향 등을 잘 아는 지역 주민을 통해서 하는 것이다. 위스콘신주의 한 친구는 대시보드를 통해 자신이 접촉할 2명의 유권자를 찾아내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한 유권자에게는 부재자투표 방법을 알려줬고 다른 유권자와는 특정 주제를 놓고 대화했다고 한다. 이런 것은 오바마를 지지하는 풀뿌리(grass-rootsㆍ민초)들이 있어 가능했다. 오바마는 "우리는 최대의 풀뿌리 선거운동을 했다. 사람들이 자원봉사하길 원하는 그런 종류의 선거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보통의 사람들로 돌아가 그들에게 초점을 맞춘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무당파는 부동층이 아니다=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을 달리하는 무당파층(independent) 유권자가 투표 당일까지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하면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보다 야당 후보를 찍을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직접 방문과 전화로 경합주의 모든 유권자에 대한 과거 투표 성향과 오바마 지지 가능성을 파악해 1-100점으로 수량화했다.

그랬더니 새로운 부동층(swing voter)은 대부분 중도 성향이었고 무당파층 상당수는 강경보수세력 티파티(Tea Party)가 싫어 당을 떠난 옛 공화당 지지자들로 파악됐다. 대선 패배로 자기반성을 한다는 공화당은 히스패닉은 물론 옛 공화당 지지자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공화당이 향후 대통령선거인단 수에서 이기기 어려운 쪽으로 유권자 구성비 등 인구학적 요인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조기투표는 중요하다= 선거일 며칠 전에 오바마가 이길 것을 알았다. 부재자투표를 포함한 조기투표(early voting) 전체 표차가 오바마가 `승리후보(favorite)'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조기투표 시행 지역(주)이 느는 만큼 그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새로운 많은 유권자를 조기투표자로 등록시켜 최고의 조기투표율을 기록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우리는 지역선거본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이고 목표로 했던 조기투표율을 볼 수 있었다.

●메신저가 중요하다= 아무리 유권자를 샅샅이 훑고 많은 유권자 정보를 갖고 있어도 설득력 있는 메시지와 메신저(전달자)가 없으면 이런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롬니 쪽보다 좋은 메신저를 갖고 있었다. 오바마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의 친구들에게 투표하도록 권고했던 것이다. 오하이오의 한 작은 마을에 있는 오바마 지지자들을 찾아낼 만큼 최첨단 유권자 추적 시스템이 있어도 우리가 그들에게 접근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매우 우수한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캠프가 이를 잘 활용한다 해도 결국은 메시지와 메신저 문제로 귀결된다.

●후보 자신의 경쟁력=대선에서 이기려면 무엇보다도 후보 자신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롬니는 최고의 공화당 대선 후보가 아니었다. 내가 보기에 오바마의 최대 대항마는 존 헌츠먼(52)이었다. 헌츠먼은 유타 주지사(2005년 1월∼2009년 8월)와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주재 대사(2009년 8월∼2011년 4월)를 지낸 뒤 공화당 대선 주자로 나섰으나 지난 1월 뉴햄프셔 예비경선에서 3위에 그치자 경선을 포기하고 같은 모르몬 교도인 롬니 지지를 선언했다.

솔직히 말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우리의 관심사는 헌츠먼이었고 나는 그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주중 대사 지명에 관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는 훌륭한 사람이었다. 초당적인 성향의 헌츠먼은 국가에 헌신할 수 있는 열성적인 사람이었고 실제 그렇게 했다. 롬니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폴 라이언 연방 하원의원은 자신의 고향인 위스콘신도 오바마에게 빼앗겼을 정도로 격전지에서 롬니에게 도움을 거의 주지 못했다.

메시나는 백악관으로 복귀하지 않고 시카고에 계속 남아 기존의 풀뿌리 조직력을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2기 어젠다(의제)를 홍보하고 지지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선거 캠프는 해체하고 남은 자금은 선거와 무관하게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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