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 희 강동대 교수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이제 겨울로 접어드니 옆구리도 시리고 싸늘한 바람이 인생의 추위를 더욱 느끼게 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인생의 목적은 행복한 삶이다.

하지만, 그런 삶 만을 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통하여 아픈 만큼 성숙해지면서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해법을 배운다. 하지만, 타인에게 욕 먹지 않는 인생을 사는 것도 커다란 행복이다. 역사적으로 과거의 아픔을 통하여 느낄 수 있는 언어 중에 호래자식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엄연한 욕이다.

하지만, 의미를 안다면 입이 아프고 귀가 아픈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아픈 것을 안다. 따라서, 호래자식이란 말의 단순한 의미와 심오한 뜻 그리고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심한 욕도 많지만, 가슴이 메어지는 아픔의 말이 호래자식이다. 이런 말은 서서히 사라지지만, 우리의 매우 아픈 역사의 흔적이고 상처인 말임을 되새겨 보자.

호래자식(胡來子息)이란 무슨 뜻인가? 원래 호래자식은 배운 데 없이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며, 비슷한 말로 호로자식, 호래아들이란 말이 있다.

호래자식의 어원은 노예자식 혹은 오랑캐의 아들이라고 한다. 호래자식이란 예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사용해왔던 순 우리말로, 홀의 자식(호래아들)과 유사한 말이며, 홀의 자식의 사전적 의미는 호래아들의 의미 이다. 호래아들이나 호래자식의 원말은 홀의 아들이란 것이다.

여기서 홀이란 편모를 이르는 말이며,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홀의 자식이란 뜻이다. 아버지 없이 편모슬하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아버지의 엄격한 교육과 예의 범절을 배우지 못해 양 부모님 밑에서 자란 아이에 비해 예의가 바르지 못하거나 버릇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에게 아비 없는 호래자식이라 칭하였으며, 호래자식의 어원은 어머니 혼자 키운 홀의 아들에서 호래자식이 유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의미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호래자식(子息)의 호래는 호로(胡虜)에서 온 말이다. 호로란 북방의 소수 민족으로 흔히 오랑캐를 말한다. 여진족이 세운 청나라는 병자호란을 일으켜 우리에게 커다란 고통을 주었다. 과거 조선시대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거치면서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병자호란이 일어났다. 남한산성에서 항거하던 인조대왕이 삼전도에 내려와 누르하치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하였다. 병자호랑 당시 사대부집 부녀자를 비롯하여 귀천을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여자들이 오랑캐들에게 능욕을 당했다. 당시 엄격한 유교법도에 따라 목매 죽고, 물에 빠져 죽고, 뛰어내려 죽은 여인들이 부지기수 였다. 그 여인들이 다 죽는다면 나라의 근본이 무너질 판이었다. 따라서 나라에서는 의논 끝에 성 밖에 큰 가마솥을 걸고 난리통에 더럽혀진 여인들이 목욕을 하면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이나 벌을 줄 수 없도록 하는 물의 세례를 주었다. 또한 당시 청나라에 공녀(貢女)를 50만명을 바쳤으며, 그들 중 살아서 돌아온 사람들은 엄청난 사회 문제를 낳았고, 이 여성들을 환향녀(還鄕女)라고 불렀으며 추후 화냥년의 유래가 되었다. 이 환향녀들은 집안이나 남편들이 이혼을 요구했고, 조정에서는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인조는 첩의 제도를 허용하였다. 어쨌든 환향녀들 중에 아이를 낳았고, 이 아이들은 호로새끼, 호래자식이라 불렀다. 호래자식은 오랑캐의 자식이라는 말과 일맥 상통하며, 아비가 누군지 모를 애들이 태어나면 그 애들을 호로자식이라 비하하여 불렀던 것이다.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지식정보화의 시대이다. 현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모쪼록 웃음이 나는 집으로는 행복이 찾아가고, 고함이 나는 집으로는 불행이 찾아간다고 한다. 삶의 철학이 나오는 좋은 말은 곱씹어 보고, 불행의 씨앗이 되는 나쁜 말은 입에서 멀리 해야 한다. 욕이란 남에게 상처를 주고 나의 입에 오물을 먹는 것과 같으니 좋은 말만 하면서 올 한해 마무리 하기 바란다.

한 해 한 해 마무리하면서 그간의 상처가 된 말들은 다 묻고, 신년에는 칭찬과 웃음과 행복만을 부르는 좋은 말 만 하면서 살아보자. 함께 숨쉬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해온 우리 독자 모든 가족이 행복했던 한 해가 되길 바라며, 흑사(黑蛇)의 신년은 언제나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빕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