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보리식빵 한 조각으로 저녁 끼니를 때우고 하늘을 쳐다봅니다 눈두덩이가 붉은 별 하나가

뚝 떨어져 은사시나무 숲을 덮습니다 별은 풀잎에서 잠들고 부리를 채 다독이지 못한 새가

동공이 팽창되어 몇 번인가 날개를 파닥거립니다 내게서 좋게 떨어진 숲은 이방인에 대하여

경계를 세우는지 자꾸 몸을 삭여 어둠을 풀어놓습니다

파랗게 물들어 가는 숲을 조용히 끌어당겨 봅니다 숲 끝자락에서 호수가 출렁거립니다 가끔

어족의 은빛 비늘이 어둠을 베는지 풀벌레 울음소리가 의식의 가지를 흔들어 댑니다

 

호수 끝 쪽에서 나의 잠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작은 찻잔 속에 많이도 모여 삽니다

 

△시집 ‘ 언젠가 잊고온 그리움처럼 가슴엔 풀꽃물이 번지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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