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은 28일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의 실질적 공조체제 구축이 늦어지는 것에 애를 태우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안 전 후보와 형식적 단일화를 이뤘지만 공동 선거전 체제를 갖추는 화학적 결합이 지연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선거 초반 판세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오차범위 열세인 가운데 자칫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안철수 지지층' 표심을 온전히 흡수하기 어렵고, 지지율 격차 좁히기도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문 후보 측은 안 전 후보 사퇴 다음날인 24일 공동선대위원장단이 총사퇴를 결의한 후 회의체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공조체제가 늦어지면 `국민연대 준비위'라도 먼저 띄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마저 나온다.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의사결정단위가 없어져 갑갑해진 게 사실"이라며 "새누리당의 정치공세에 대응하는 것도 선대위원장의 중요한 일인데 이것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보ㆍ기획 단위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문 후보 측은 선거공보물이나 TVㆍ인터넷 광고 때 두 후보의 단일화를 중요한 홍보전략으로 준비했지만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홍보물이나 광고에 두 후보가 함께 나오는 사진이나 영상을 일단 배제했고, 슬로건도 '하나된 힘, 새정치의 꿈'처럼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할 문구로 잡았다가 '새 시대를 여는 첫 대통령'으로 변형했다.

문 후보 측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안 전 후보와 조속한 회동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두 사람의 회동에서 국민연대의 얼개라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안 전 후보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까 고민이 깊다.

문 후보는 지난 27일 안 전 후보와의 회동을 염두에 두고 오후 일정을 비웠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양측 실무진은 회동을 조율하고 있지만 아직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문 후보 측은 양측이 대선 공조를 위한 '국민연대'의 틀에 대해서는 안 후보 측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선대위 대변인은 "안 전 후보가 국민 앞에 약속한 것처럼 정권교체를 위해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구체적인 지원방법은 안 전 후보가 판단하고 결심하는대로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와 발표한 새정치공동선언의 실천을 위한 후속작업에 상당한 공을 들이면서, 이미 실무협의가 끝난 경제ㆍ복지정책 공동선언, 새 시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동선언도 후보 간 회동에서 확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중재역을 맡아온 재야 원로 중심인 '희망 2013ㆍ승리 2012 원탁회의'를 비롯한 외부인사들의 도움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원탁회의 관계자는 "두 분의 좋은 연대가 필요하지만 우리가 안을 내면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며 "일단 문 후보와 안 전 후보 간 노력을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법륜 스님이 최근 강연에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라"며 적극적인 투표 권유에 나선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법륜 스님은 안 전 후보가 후보직 사퇴 발표 전 전화를 걸어 동의를 구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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