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모녀가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8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1시15분께 인천시 서구 심곡동 한 아파트 이모(여·48)씨 집에서 이씨와 어머니(73)가 숨져있는 것을 이씨의 오빠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어머니는 안방 침대에, 딸은 방 바닥에 반듯이 누운 채 숨져 있었다. 주위에서 불에 탄 번개탄과 버너가 발견됐다. 방문과 창문 틀에는 청테이프를 붙여 연기가 새 나가지 못하도록 해둔 상태였다.

결혼을 안하고 특별한 직업이 없던 이씨는 지난해 2월부터 병든 어머니와 이 집에서 단둘이 살며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3년 전 돌아가셨고 오빠는 사업을 하다 실패해 모녀에게 생활비 지원을 하지 못했다.

모녀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5만원 아파트에 살면서 7개월 동안 월세를 내지 못했다. 집 주인으로부터 월세 독촉 내용증명서가 날아 들었고 300여만원의 빚을 갚지 못해 독촉장도 받았다. 어머니 카드 대금 80만원도 있었다.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월 9만여원의 기초노령연금 외에는 별 다른 소득이 없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도 아니어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어머니가 고혈압과 풍, 엉덩이뼈 골절 등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수시로 대·소변을 받아야 해 딸 이씨가 병 수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유족은 전했다.

이씨는 오빠에게 남긴 유서에서 "금융권 채무가 있으니 가족들에게 피해가 안가게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를 해달라"고 썼다.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는 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승계하고 재산과 채무 모두를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

또 "장례절차 없이 화장해서 뿌려달라. 이런 일 처리하게 해서 미안하다. 조카들한테 잘 해달라. 나같이 살지말고 우리 몫까지 건강하게 살아달라"고 남겼다.

유서는 어머니 반지 등 얼마 안되는 금붙이와 함께 상자에 담긴 채로 발견됐고 집은 깨끗이 청소돼 있었다.

경찰은 이씨 모녀가 유서를 남긴 점 등을 토대로 둘이 합의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신 부패 정도로 보아 숨진 지 2~3일 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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