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기 원 신성대 교수

삼국지의 세 주인공을 연상하다보면 필자는 장비를 맹장으로 꼽고 지장은 관우 그리고 덕장은 유비라고 생각한다. 소설 삼국지가 아닌 중국 역사서에서 용맹하거나 훌륭한 장수를 일컬을 때 마다 “관우와 장비 같다”라는 언급을 했다는 것을 보면 장비와 관우가 다 맹장이고 지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삼국지의 어느 곳에서도 두 사람간의 승패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나관중의 소설이나 이를 재미있게 표현한 만화 그리고 민간 여담이나 컴퓨터 게임에서 보면 장비는 정사에서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약간 희화화해서 표현되는 점이 있는 것 같다. 앞서 언급한 필자의 소견도 이러한 요소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유비와 관련하여 그는 싸움을 잘하는 장수는 아니었다. 한나라의 황손이라는 출신성분과 남달리 큰 귀를 가진 외모, 말수가 적고 늘 남을 공손히 대하고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성품,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히 관우와 장비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 당시 그를 덕장으로 이미지화시켰다고 본다. 지략가인 제갈량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그의 집을 세 번이나 찾아갔다는 데서 유래한다는 삼고초려의 정신은 그가 덕장이라는 평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생존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덕장은 능력을 발휘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덕장은 고전에서나 회자되는 리더십일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근래 많은 이들이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에 주목하고 있다. 서번트 리더십은 로버트 그린리프가 처음 제시한 것으로 헤르만 헤세의 작품인 ‘동방으로의 여행(Journey to the East)’에 나오는 레오라는 인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여행 중에 모든 허드렛일을 맡아서 하기에 그저 충직한 심부름꾼으로만 알았던 레오가 사실은 여행을 후원한 교단의 책임자인 동시에 정신적 지도자였고 따라서 그가 서번트 리더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서빈트리더십은 조직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데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치지 않도록 구성원들을 격려하고 도와주며 환경을 조성해주는 리더십이다. 서번트리더십은 철저한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다.

가끔 보도를 보면 사회지도층들이 연말연시를 맞아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나름대로 긍정적인 면도 있다. 사회지도층들이 한 해를 마감하며 우리사회의 그늘진 곳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진정성이 없는 것 같다. 평소 주변이나 언론에 나타난 행태와 상반되기 때문이다. 특히 분식회계를 통해서 비자금을 축적하고 세금포탈을 밥 먹듯 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의 총수가 생색내듯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낸다면 국민들은 액수를 보며 인색하다는 평가를 할 것이다.

또한 조직내에서는 독선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관리자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인자한 표정을 짓는다면 조직원들은 관리자의 위선과 허위의식에 기가 막힐 것이다.

리더십의 본질은 진정성에 있다. 진정성은 그 사람의 인성에서 나온다. 인성은 교육하고 훈련하면 바뀐다. 우리가 교육을 받고 책을 읽고 주변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이웃을 돌보고 성장시켜야 한다. 조선시대에도 왕은 어린 시절부터 경연(經筵)을 통해서 지도자수련을 하였다. 경연은 국기일(國忌日) 기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매일 하루에 세 번 또는 두 번 강연식(講筵式)으로 열렸다고 한다(조강, 주강, 석강). 수원 화성을 한창 쌓던 1794년 겨울에 정조는 성을 쌓는 인부들에게 솜옷과 털모자를 하사하면서 그해에 수확한 햇솜으로 할 것을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이러한 정조의 모습에 감동해 인부들은 10년 예상의 공사를 반도 안 되는 기간에 끝내는 성의를 보였는데 그 원동력도 결국은 정조가 경연을 통해서 배운 백성에 대한 사랑의 진정성을 인부들이 느꼈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의 해법을 함께 모색하고 동반성장을 모색하는 서번트리더, 덕장이 누구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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